
15세기 말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건이었다. 이 위대한 항해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잘 알려진 하나의 사실이 있다. 바로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이 그의 꿈과 도전을 믿고 과감히 지원했다는 점이다. 콜럼버스 개인의 비전과 용기만으로는 신대륙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믿음과 투자’가 있었기에 역사적 발견은 현실이 됐다.
오늘날 벤처 창업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업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일이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기회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모험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수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자금 부족, 시장의 냉혹함, 정보의 비대칭, 인재 확보 등 수많은 장벽 앞에서 많은 창업자들이 좌절을 경험한다.
이때 가장 큰 힘이 돼주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나와 같은 길을 먼저 걸었던 선배 창업자의 조언, 함께 고민을 나누는 동료 창업자의 연대, 그리고 서로의 실패와 성공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벤처 창업자에게는 이정표이자 안전망이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이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가 있다. 바로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다. 성공한 창업자가 자신의 경험과 자원을 후배 창업자에게 아낌없이 나누고, 후배는 다시 다음 세대 창업자에게 이를 전해주는 선순환의 문화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도움을 넘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벤처 생태계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러한 문화는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국내 투자 시장이 위축되는 시기에는 벤처기업인 간의 ‘연결의 힘’이 더욱 절실해진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바로 현지 정보 부족과 네트워크 부재다.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과 현지 기업, 투자자, 인재들과의 연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벤처기업은 글로벌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때 현지 네트워크와의 연결은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지 시장의 특성과 문화·규제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는 그 어떤 자금 지원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시기에 ‘UKF’와 같은 글로벌 한인 창업자 네트워크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UKF는 미국 한인 창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민간 네트워크로, 산업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투자자와 창업자를 연결하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UKF가 매년 상·하반기에 개최하는 스타트업 서밋은 전 세계 한인 창업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도전과 비전을 공유하고 새로운 협력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자리다.
올해 하반기 서밋도 K푸드·K팝·K뷰티·K패션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꿈(KOOM)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로 10월 16~18일 뉴욕에서 열린다.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인, 투자자,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대한민국 벤처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방향성 제시와 우리의 우수한 문화와 제품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국내 벤처기업들에도 이러한 네트워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연결된 힘’이 필요하다. 선배 창업자의 경험은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글로벌 네트워크는 해외 진출의 문을 열어준다. 이러한 연결이야말로 한국 벤처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동력이다.
벤처 창업은 ‘나 혼자’의 도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여정이다. 과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 대한민국의 벤처기업인들도 함께 항해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생태계를 통해 더 큰 기회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지금, 우리가 서로 연결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