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SFS 포럼] JP모건 25兆 vs 韓 은행권 3兆…AI 투자 격차 심화

2025-08-26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은행·보험 등 전통 금융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미·중 금융사는 AI로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맞춤형 서비스까지 확장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금융권은 투자 정체와 규제 제약에 발목이 잡혀 격차가 커지고 있다. 투자 확대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서울 을지타워에서 열린 '제5차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것은 생성형 AI이며, 향후 양자컴퓨팅 등 기술 고도화와 맞물려 파급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금융회사의 AI 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회사에선 AI 투자가 이미 핵심 경영전략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JP모건의 ICT 투자 규모는 2019년 16.3조원에서 지난해 23.6조원으로 약 50%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 은행업 전체 ICT 투자는 2.7~2.9조원 수준에 머물며 5년간 정체됐다. JP모건은 올해도 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180억달러(약 25조원)를 AI와 블록체인 등 기술 분야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2021년 125억달러 대비 40% 이상 증가한 규모다.

그는 “한국 금융회사 AI 투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하면 다소 부족하다”며 “국내 금융회사 경영진 임기가 짧고, 생성형 AI 등과 관련한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AI·기계학습(ML) 관련 인적·물적 투자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의 AI 리더십은 2023년 이후에서야 본격화되기 시작해 아직은 내재화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경영실태평가 개선 등을 통해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AI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사인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글로벌 보험사 등도 단순히 임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리스크 관리 등 고객 접점 전반에 걸쳐 생성형 AI를 도입하며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AI 혁신의 이면에는 위험이 존재한다”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비용을 투입해 자율 규제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금융당국 역시 AI를 활용해 섭테크(감독기술)·레그테크(규제기술) 등 새로운 감독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종산업 데이터 결합 필요성도 거듭 제안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융합해 혁신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지만, 해외에서는 의료·보험 데이터를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어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평안보험은 AI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예방부터 치료·사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망분리 규제 △신용정보법 등 각종 규제가 데이터 활용을 제약해 이 같은 혁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을 통한 AI 연계산업 투자 확대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 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서는 송배전망과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 역시 크게 부족하다”면서 “전기저장장치(ESS)는 순간적인 전력 수요를 관리하는 핵심 설비인데, 국내에서는 이 분야 인프라도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7월 기준 한국의 데이터센터 수는 84개로 세계 22위 수준이다. 미국(3811개), 독일(456개), 중국(362개), 일본(186개)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전력 수요 증가와 분산형 전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송전선로 확충은 더디고, ESS 수요 또한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자본시장을 통한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류정혜 과실연 AI 미래포럼 공동의장은 AI 발전이 노동시장과 인재 경쟁 구도에 미치는 파장을 짚었다. 류 의장은 “과거에는 수천 명을 고용하던 대기업이 AI 기반 신생기업 몇십 명 규모로도 수조원대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열렸다”며 “미드저니, 일레븐랩스 같은 AI 기업들은 적은 인원으로도 빠르게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미국에서는 'AI 퍼스트 시대'를 선언하며 어떤 일을 맡길 때 왜 AI로 대체할 수 없는지 입증해야 업무를 승인하겠다는 기업도 등장했다”며 “연내 일반 개발자의 90% 이상 업무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류 의장은 “AI의 단기적 위험은 무엇보다 일자리 상실”이라며 “개인과 사회, 특히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는 AI 인재 연봉이 프로 스포츠 스타보다 높아진 첫해로 기록됐다”며 “데이터센터만큼이나 AI 인재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류 의장은 “메타의 슈퍼 인텔리전스팀 명단에서 중국계 연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한국이 인재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지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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