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연금 선진국 합류, 수익률 개선이 관건

2025-08-25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계좌 401(k)에서 부동산, 사모주식, 가상화폐 등 대체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기존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중심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운용에서 대체자산까지 투자 범위를 넓혀 근로자들이 효과적으로 은퇴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해외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대체자산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하는 반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은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확정급여형(DB), 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퇴직연금 자산의 82%가 원리금 보장형에 투자 중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원리금 보장형 투자 비중이 DB형에서 93%, DC형에서 76%, IRP에서 66%다. 이렇게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으니 퇴직연금 수익률은 예금 이자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적 배당형으로 자금을 유도하기 위해 2023년 하반기부터 디폴트옵션을 도입했지만 올해 1분기말 기준 디폴트옵션 가입 금액 45조 원의 약 88%가 원리금 보장형에 해당한다.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도입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 보장형을 선택할 수 없다.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 보장형을 제외하거나 단기자금 대기용으로만 활용하도록 제한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유형 수익률이 3.3%로 저위험 유형 수익률 7.2%보다도 현저히 낮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제안이다.

또 퇴직연금에서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최대 70%로 제한하는 규제 역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투자는 일정 기간 위험을 감내하고 그 보상으로 수익을 거두는 행위이다. 위험을 손실 가능성으로만 파악하고 그저 회피하기만 한다면 투자 자체가 어려워진다. 위험을 투자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위험자산에 적절한 비중을 투자해야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퇴직연금 포트폴리오가 과도하게 원금보장형에 집중된 현재 상황에서 위험자산 투자 비중의 상단까지 설정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투자시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의 노후 생활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원이다. 1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 빈곤율 1위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에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은 단순히 개인 자산관리 효율화를 넘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최근 퇴직연금 관련 다양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위험자산에 적절히 투자하고 다양한 투자 상품을 활용하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통해 근로자들의 은퇴 자금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면서 우리나라도 연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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