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채우는 단단함

2025-11-05

플랫폼의 발달과 함께 일상은 더 쉽게 기록되고 분석됩니다. 사람들은 특정 나이를 넘어서면 자기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 우리는 핸드폰 속 나의 사진첩이, SNS 피드가 어떤 자신을 반영하고 있는지 스스로 종종 돌아보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난 과거의 기록을 바라보는 것은 현재의 나 자신입니다.

지키기 어려운 삶의 루틴들

AI 도움 받아 교정 용이해져

매일을 잘사는 균형이 중요

자신만의 단단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예전보다 오래 사는 삶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의 명상이나 책 읽기, 점심 식단 관리, 정시 퇴근과 저녁 운동의 루틴을 충실히 지켜나가는 이들의 일상이 매일같이 쌓이고 공개됩니다. 직장 내 구성원들과의 교류에서도 소맥으로 시작해서 고기를 과식하고 불판에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후식처럼 배를 채우는 방식의 문화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술이 빠지고 비건 메뉴가 선택되는 등 지속가능한 건강한 삶의 방식 역시 수용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한 달을 넘어 1년으로, 다시 수년의 일상으로 자리 잡습니다. 연이은 야근과 잦은 음주와 같은 예전 직장 내 ‘성공의 법칙’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잘 살아가며 삶의 균형을 상시화하는 이들이 사회적 성취의 트랙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며 ‘무리하지 않는 삶’이 선망받게 되는 것입니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경제 구조하에서 과로는 내일의 우위를 점하는 투자와 같았습니다. 인구감소와 저성장의 사회 속 예전의 관행이 이제 투자의 손실로 다가올 것을 느끼는 개인들은, 미래의 삶에서 지금의 삶으로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삶의 중심이 미래에서 현재로 이전하며 가장 큰 변화는 일상의 밀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혈당 관리를 시작한 이들에게 가장 빠른 변화는 식품 구입의 방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편의점과 디저트 판매점에서 그로서리 스토어와 비건식 판매점으로 쇼핑의 주 무대가 변화합니다. 애플 사이다 비니거, 블루베리나 멀베리와 같은 베리류 과일, 그릭 요구르트, 하얀 순두부와 두유 등 편의점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유기농 신선식품의 판매처가 선택됩니다. 소스에 들어있는 칼로리와 성분들까지 고민하면서 원재료의 향과 맛에 더욱 민감해진 사람들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에 더 많이 투자합니다.

저 역시 식단을 바꾸고 체중을 줄이며 운동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큰 통의 그릭 요구르트를 매일 먹다가 며칠간 지방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 요구르트 위에 투명한 물이 고인 것을 발견하고 혹시 상하지 않았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과감하게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했겠지만 생성형 AI가 나온 이후에는 그 진단과 처리에 의견을 구할 수 있게 되어 사진을 찍어 질문했습니다. AI는 ‘유청(whey)’이 생긴 것으로 세 가지의 조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라는 대답을 해 왔습니다. 첫 번째 유통기한이 지났는지, 두 번째 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지, 마지막으로 고인 물의 색이 투명한지 점검해 보라며, 그 모두가 문제없다면 몸에 좋은 것이니 유청을 반드시 먹으라는 조언까지 더했습니다.

예전 이러한 질문은 집안의 어르신에게 했을 것이지만, 그분 역시 그릭 요구르트에 대해서라면 답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지난 30년간은 지식을 서로 나누는 플랫폼에서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생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지식의 신’ 역시 실시간으로 답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요즘이라면 식단 관리를 도와주는 나의 헬스 트레이너에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 역시 PT 비용을 내며 계속 대가를 지불해야 유지되는 관계입니다.

이제 AI가 이런 일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해 줍니다. 심지어 혈당 측정 그래프를 보내면 의학적 소견을 보내줄 만큼 전문가의 영역에서 주고받던 많은 일들이 이제 자동화되고 범용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신체 움직임 측정 기술과 체내 변화의 측정 시스템들이 결합하며 한 끼의 식사 후에 효율적인 산책과 운동이 언제까지 어떤 강도로 필요한지 알려주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우리에게 제공될 것입니다. 이제 열심히 살면 나중에 복을 받게 된다는 전래동화의 이연된 보상이 아닌, 실시간으로 지금 잘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각자를 돌봐줄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힘입니다. 지금껏 개인의 투철한 의지와 자기 절제로 이루어지던 일상의 원칙들이, 나의 측정된 결과를 바라보면서 스스로 교정하는 작업들로 변화하게 됩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AI라는 또 하나의 메타인지 도구와 함께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각성은 더욱 또렷해질 수 있습니다. 작년도와 올해의 삶이 달라지며 그 효과의 유효성에 감탄한 이들의 상호 독려는 우리 사회의 현명함을 꾸준히 추동하게 될 것입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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