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555m, 123층 무게 75만t…‘롯데타워놀로지’ 최첨단 기술 총망라
계획부터 완공까지 30년…국내 고층 관광 ‘기틀 마련’
국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면서 외환위기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가 발생해 건설업계의 어깨는 더욱 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외에 지은 랜드마크를 알아보면서 K-건설의 힘찬 부활을 응원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누군가에게 잠실의 상징적 건축물을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롯데월드타워’ 일 것이다. 높이 555m, 지하 6층~지상 최대 123층, 타워 무게만 75만t에 달하는 이 거대한 건물은 땅 위에 세워졌지만 하늘 위 관광산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기업이 바로 롯데건설이다. 이제 롯데월드타워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글로벌 상징성과 한국의 전통미, 인간과 기술, 첨단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생활의 모든 것을 구현한 ‘하늘의 도시’로 도약했다.

◆계획부터 허가까지 ‘24년’...쉽지 않았던 롯데월드타워의 시작
롯데월드타워의 첫 시작은 1987년으로 되돌아간다. 80년대 중후반에만 해도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삼일빌딩과 63빌딩을 제외하면 ‘고층 타워’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그러나 당시 (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국내 관광 시장 특성상 괜찮은 마천루를 세우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서울특별시의 소유였던 8만7183㎡, 약 2만6372평 규모의 잠실 부지를 약 819억 원에 매입, 2002년까지 지상 112층짜리의 초고층빌딩을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롯데가 터만 닦아놓고 공터로 비워두고 있던 이 자리에는 1989년부터 30여 개의 무허가 포장마차들이 들어서면서 이른바 '잠실포차'라 불리는 포장마차촌이 형성됐다. 롯데가 포장마차를 철거하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후 이 빌딩이 다시 추진된 것은 1994년이다. 이때 당시 롯데건설은 일반 주상복합건물에다가 헬리포트를 얹은 디자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공군이 서울공항 활주로 진행 방향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타워 조성에 반대하며 공사가 사실상 무산되자 이 디자인은 폐기됐다.
장기 표류하던 건설작업은 2010년 이명박 정부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으며 다시 활기를 찾았다. 활주로 각도를 3도가량 변경하고, 공사 비용을 롯데그룹에서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이렇게 1987년 부지매입부터 최종 허가까지 24년 동안 이어져 왔던 롯데월드타워 착공은 끝내 그 시작을 알렸다.
◆첨단 기술 적용된 ‘롯데타워놀로지’...‘23번’ 변경된 외관 디자인
우여곡절 끝에 2010년 착공에 들어간 롯데건설은 가장 안전하고 높은 마천루를 세우기 위해 진도 9의 강진과 초속 80m의 태풍도 이겨내는 내진 내풍 설계 등 다양한 공법을 적용했다. 진도 9는 국내 최대지진 경주(규모 5.8)보다 에너지 강도나 300배나 강력한 지진이며, 굴뚝이나 기둥, 외벽은 물론 주택 등이 무너지는 수준이다. 초속 80m의 태풍 역시 슈퍼태풍 매미의 초속 5.5m 보다 1.5배나 강력한 태풍이다.
롯데건설은 건물 뼈대 역할을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코어월(Corewall)과 8개 거대 기둥을 세워 수직 중력을 지탱하게 했다. 40층마다 설치한 아웃리거(Outrigger·삼각형 모양의 외곽 지지대)와 벨트트러스(Belt Truss·벨트 형태 지지대)는 건물이 흔들리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역할을 한다.

상층부에는 높이 120m의 초대형 다이아그리드 구조물을 설치했다. 다이아그리드란 대각선(Diagonal)과 격자(Grid)의 합성어로, 'ㅅ(시옷)'자 자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구조를 뜻한다. 내부가 비었지만 사람이 베고 누워도 구조를 유지하는 죽부인과 비슷한 원리로, 기둥 없이 건물의 하중을 견딘다. 롯데건설은 107층(435m)부터 전망대를 거쳐 최고 지점(555m)까지 다이아그리드 공법을 적용했다.
다이아그리드 공법은 층을 떠받들 내부 기둥을 세울 필요가 없어 공간 활용과 전망 확보에 유리하다. 비정형 건물을 짓기 쉽고, 입체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비틀어지고 기울어지는 비정형 형태의 건물로도 설계가 가능해 건물의 ‘미적(美的)’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건물을 지반에 고정시키기 위한 공법도 적용됐다. 롯데월드타워 무게는 75만t으로 서울시민 전체를 합한 무게와 같다. 이 무게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암반층을 더욱 단단하게 보강해야 한다. 롯데건설은 지반 강화 파일링 공법을 적용했다. 지하 38m 깊이까지 터를 파고 화강암 암반층에 파일 108개를 설치했다. 그 위에 좌우 길이 72m, 두께 6.5m의 기초 매트(MAT)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공사를 위해 무려 5천3000대의 레미콘이 32시간 동안 8만t의 고강도 콘크리트를 연속 타설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고층 건물은 화재 발생 때 기둥을 감싸는 콘크리트가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철골 또는 철근이 녹아 붕괴가 일어난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은 일반 콘크리트의 3배 이상 고강도이자 최소 3시간 이상 고열을 버티는 고내화 콘크리트를 자체 개발, 공사에 사용했다.

외관 디자인 역시 1987년 최초의 모습에서 약 23차례에 걸쳐 변모했다. 최종 디자인은 2009년 결정된 것으로, 미국의 콘 페더슨 폭스건축사무소(Kohn Pedersen Fox architects)가 초고층 건물의 디자인과 구조설계를 담당했다. 혹자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사우론의 눈’과 닮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최상층에는 전망대가 있고, 다른 층에는 개인 고급 사무실, 호텔, 오피스텔, 사무실, 백화점 등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돼 있다. 117~123층에는 500m 높이의 서울스카이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높이로는 세계 3위다. 108~114층에는 프리미어 7이라는 이름의 개인 전용 사무실이 있다.
76~101층에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서울 호텔’이 자리잡고 있고, 42~71층에는 주거공간인 시그니엘레지던스 223가구가 위치해있다. 14~38층에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로 불리는 ‘프라임 오피스’가 있다. 1~12층은 로비, 금융센터, 메디컬센터, 피트니스센터, 갤러리 등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섰다.
◆국내 고층 관광의 기틀을 마련하다...관광·상업·업무 중심지로 ‘부상’

2010년 착공을 시작한 롯데건설의 롯데월드타워는 공사 시작 7년 만인 2017년 4월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대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며 주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실제로 롯데월드타워와 같은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 건축물이나 초고층 빌딩은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1889년 파리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에펠탑은 건설 초기 수많은 지식인과 예술가의 반대에도 유럽관광의 중심을 런던에서 파리로 바꿨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관광 명소 중 한 곳으로 연간 6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파리로 불러들이고 있다. 스페인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역시 쇠퇴해 가는 공업도시 빌바오를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찾는 도시로 만들었고, 특히 빌바오 미술관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이야기할 때 ‘빌바오 효과’라는 말을 쓰게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도 한 해 1000만 명가량이 방문하고 있으며, 쇼핑몰인 두바이몰은 국내 총생산의 5%에 달하는 5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이고 있으니, 전망대나 호텔 등 그 나라의 가장 높은 하늘과 도시경관을 감상한 관광객들이 쇼핑몰로 유입돼 매출로 이어지는 효과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롯데건설 역시 국내 최고층 건축물 준공으로 글로벌 시공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초고층 건물 프로젝트의 기획단계, 설계단계, 시공단계, 유지관리단계까지 참여한 최초의 건설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트럼프-월가 민관 동원체제] ③6개 거점과 27개 전선, '산업 재건' 배치도](https://img.newspim.com/etc/portfolio/pc_portfolio.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