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한 달 넘게 박스권에 갇히며 거래 대금이 빠르게 줄어들자 증권사와 한국거래소가 잇달아 주식 신용거래 조건을 완화하고 있다. 변동성이 줄어든 국면에서 위험 관리 기준도 한층 완화되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달 4일 대규모 신용거래 종목 조정에 나섰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총 126개 종목을 새로 신용·대출 가능 종목으로 편입했고 동시에 41개 종목은 불가 종목으로 지정했다. 또 신용보증금률과 담보유지비율을 각각 50%, 150%에서 45%, 140%로 낮춘 완화 조치가 83개 종목에 적용됐고 반대로 37개 종목은 45%에서 50%로 상향돼 신용거래 문턱이 높아졌다.
NH투자증권도 지난달 28일부터 산돌·미투온·에스엠씨씨 등을 신용 융자 가능 종목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기존에 신용 불가였던 종목을 열어둔 것으로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폭이 넓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화오션·효성중공업·SNT에너지·파임엠텍 등에 대해 신용거래를 재개했고 메리츠증권 역시 HDC·아이티켐·올릭스·비에이치아이·엔브이에이치코리아 등의 증거금률을 낮췄다.
파생상품 시장도 변동성이 완화되며 증거금 규제가 완화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1일부터 장내 파생상품 증거금률을 정기 조정하면서 코스피200, KRX300, 코스피 정보기술, 2차전지 TOP10 등 주요 지수와 SK하이닉스·파마리서치 선물·옵션의 증거금률을 인하했다. 코스피200 선물은 6.50%에서 6.10%로, BBIG 선물은 8.90%에서 7.50%로 낮아졌다. SK하이닉스와 파마리서치는 17.00%에서 15.00%, 25.40%에서 22.20%로 인하됐다. 반대로 삼성전자(10.60%→11.60%), LG에너지솔루션(13.60%→15.00%) 등 일부 개별 종목 선물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증거금률이 인상됐다.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신용 규제도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8조 7607억 원으로 지난달 10조 3930억 원에 비해 무려 2조 원 가까이 줄었다. 7월 평균 12조 9598억 원과 비교하면 4조 원 이상 쪼그라든 셈이다.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코스피 거래 대금 역시 지난달 7조 2325억 원에서 이달 5조 4862억 원으로 급감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거금률이나 신용 보증금률 조정은 정기적인 위험 관리 절차이기도 하지만 최근 시장 변동성이 낮아진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활용 기회가 넓어졌으나 개별 종목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