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사이비 종교의 파헤친 고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방영됐다. OTT 서비스로 공개한 것이 바로 납득될 만큼 충격적인 장면들이 가득했다. 특히 JMS 계열 교회의 뿌리인 정명석의 범죄행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를 다루며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조명했다.


지난 8월 15일에 공개된 <나는 생존자다>는 종교만 다루지 않는다. 이번에도 모두 4개 꼭지로 구성됐지만 <나는 신이다> 방영 후 반향이 컸던 JMS만 3~4부에서 다뤘다. 오히려 가장 맨 앞에 꼽은 것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1~2부)이었고 ‘지존파 연쇄살인 사건’(5~6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7~8부)를 더했다. 제목처럼 각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와 목격자를 카메라에 담고 방관자 또는 범죄자를 고발했다.
공개 이전 화제는 JMS 후속편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지난 방송의 후일담 성격이 크다. 올해 1월 대법원에서 JMS 교주 정명석이 징역 17년을 확정받기까지 2년을 다루며, 방송 후 2인자 정조은이 구속되기 전 행각과 징역 7년의 판결을 받은 결과를 보여준다. 생존자가 겪는 2차 피해보다 더 크게 다룬 것은 언론사와 경찰 등 곳곳에서 범죄를 은폐하려 한 이들이다.



<나는 생존자다>에서 오히려 무게를 둔 것은 10명의 생존자를 인터뷰한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에 만들어져 1992년까지 운영하면서 일반인을 강제로 납치해 수용한 후 노역과 폭행으로 최소 657명 이상 사망한 곳이다. 그런데 형제복지원은 1975년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맺고 3만8000명 이상을 강제 수용했다.
1987년, 검찰이 수사를 시작해 재판을 거쳐 가해자 처벌에 나섰지만 1989년 고법 파기환송심은 원장 박인근에게 벌금 없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살인죄 등은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은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진상조사는 없었던 것이다.
생존자들은 그동안 꾸준히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연출은 맡은 조성현 PD도 12년 전에 관련 방송을 했었다. 그동안 1, 2차 과거사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고,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법정 투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2023년 2월, 2기 과거사위원회가 조사보고서를 내며 국가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존파’와 ‘삼풍백화점’은 앞의 두 꼭지보다 출연한 생존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생존자 모두가 나온 것이며 내용도 가볍지 않다. 특히 7~8부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그 뒤로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사회적 참사와 연결되기 때문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풍백화점의 사망자는 총 502명, 실종자가 6명, 부상자는 937명에 이른다. 백화점 안에 있다 생존한 이는 단 3명. 그들이 모두 나와 사고 순간과 그 이후의 아픔을 증언했다. 맨 마지막 자막은 지난 45년간 이어진 참사가 58건, 그 참사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생존자라는 것이다.

<나는 생존자다>는 이번에도 공개 첫날 시리즈 1위에 이어 여전히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누구에게는 무척 불편한 이야기다. 가슴이 아플까 봐 시작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더 많이 말해도 부족한 부분이다. 여기서 다루는 사건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지 않는가. OTT 공개만큼 공중파 TV가 밀리는 것이 또 한 번 안타까울 뿐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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