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경기에서 미국 국가를 스페인어로 부른 이유

2025-06-18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홈경기에서 가수 네자(본명 바네사 에르난데스)가 미국 국가를 스페인어로 부른 장면이 화제가 됐다. 네자는 이 같은 선택이 최근 LA 일대에서 벌어진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에 대한 항의이자 연대의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공연은 지난 1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 시작 전 진행됐다. 네자는 원래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은 ‘스팽글리시’ 버전을 준비했지만, 경기 직전 스페인어로만 부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1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일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지금 아픔을 겪고 있다. 나도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네자는 공연 전 구단 측에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 부르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냈으며, 구단은 노래 가이드라인이 담긴 PDF 파일을 전달했을 뿐,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연 당일 한 구단 직원이 “오늘은 영어로 부를 예정”이라며 이를 제지했지만, 네자는 무대에 올라 끝내 스페인어 공식 번역본인 ‘엘 펜돈 에스트레야도(El Pendon Estrellado)’를 불렀다. 해당 번역은 1945년 미국 국무부 요청으로 콜롬비아 출신 작곡가 클로틸데 아리아스가 작성한 것으로, 현재 스미스소니언에 보관돼 있는 공식 국가 번역본이다. 이 장면은 네자가 직접 틱톡에 올리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현재 조회수 1200만 회 이상을 기록 중이다.

공연 직후, 구단 측은 네자의 매니저에게 연락해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구단과는 끝”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저스 구단은 “해당 공연에 대한 불이익이나 감정은 없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네자는 “다시는 경기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환영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이민자 부모 아래 태어난 네자는 자신이 어릴 때 부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밝히며, “부모님은 이번 일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많은 다저스 팬들이 라틴계고, 나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라는 가사를 부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네자의 공연이 있었던 날은 미국 전역에서 ‘No Kings’ 시위가 벌어지던 날이었다. 로스앤젤레스는 최근 몇 주간 ICE의 강제 단속으로 지역사회가 긴장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다저스 유틸리티 플레이어 키케 에르난데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도시와 커뮤니티가 학대받고 분열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며 “로스앤젤레스는 제2의 고향이며, 모든 사람은 존엄과 인권을 갖고 대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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