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겨땀 패션’이 섹시하다니…

2025-08-22

녹색 옷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보통 원색이라고 말하는 빨강, 파랑, 초록은 눈에 확 띄는 색이므로 잘못 입으면 촌스러워보인다. 촌스러움의 정의는 보통 ‘눈에 띄는, 대중적이지 않은, 조화롭지 않은’이 조합되었을 때 붙는다. 하지만 흔하지 않은 색이야말로 제대로 쓰였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광복절 전야제의 녹색 요정, 싸이의 그린룩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4일 국회의사당 잔디마당에서 펼쳐진 광복 80주년 전야제는 약 5000명이 모였다. 전광판을 설치했지만 싸이의 움직임이 잘 보여야 했을 것이다. 싸이가 선택한 색은 가시성(눈에 들어오는 성질)이 가장 높은 녹색이었다. 채도가 높아 선명한 녹색 셔츠에 보라색(녹색의 보색은 자주색이지만 바로 옆에 보라색이 위치해 근접 보색으로 본다) 타이를 매치해 강렬함과 세련된 느낌을 동시에 주었다.

녹색이 어떤 색인가. 원색은 기본적으로 코디가 어렵다. 상·하의를 다른 색으로 매치할 경우 그 대비로 눈에 더 잘 띌 수는 있으나 싸이의 격렬한 춤을 오롯이 즐기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싸이는 <흠뻑쇼>에서도 상·하의의 색감과 디자인을 통일해 몸 전체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한다. 그래서 백댄서 옷 역시 올 화이트로 통일되어 있다. 또 너무 같은 녹색일 경우 세련된 느낌은 없기에 명도 차이를 주어 바지는 조금 더 밝게 연출했다.

그게 끝일까? 녹색 상·하의와 보라색 타이의 보색 대비만으로 싸이의 패션을 말할 수 있을까? 싸이는 셔츠 형식의 상의와 슬랙스 느낌의 바지에 벨트를 착용해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보통 옷에 각을 잡으면 좀 더 단정한 느낌을 주는데 벨트는 각을 살려주는 액세서리 중 하나다.

싸이의 무대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춤이다. 셔츠와 슬랙스를 입고 춤을 추다가는 옷이 엉망이 될뿐더러 ‘파벌 없이 성별 없이 앞뒤로 흔들어’야 하므로 자칫 찢어질 위험도 있다. 그래서 일반 소재가 아닐 것이다. 분명 스판덱스가 들어가 어떤 움직임을 해도 자유롭고 거리낌이 없는 소재를 썼을 거라 생각했다. 역시 내 생각은 적중했다. 셔츠의 뒷부분에 지퍼가 달려 있고 셔츠의 단추는 모두 페이크(구멍이 없는 일체형 셔츠)였다. 아마도 래시가드와 비슷한 소재의 셔츠 슈트가 아닐까.

활동적인 소재지만 타이와 셔츠라는 품목으로 드레스 코드를 지켰다면, 바지로는 비율을 지켰다. 바지의 핏은 단순하게 말하면 다리 선을 따라 내려가는 슬림핏, 허벅지는 붙지만 종아리는 붙지 않는 일자핏, 골반부터 일자로 내려가는 와이드핏, 허벅지는 붙고 무릎부터 퍼지는 부츠컷핏(과하면 나팔바지)이 있다. 이 중에서 스니커즈와 매치했을 때 다리 길이가 가장 길어 보이는 핏은 단연 부츠컷핏이다. 상체의 비중이 하체보다 더 크다고 생각할 때 부츠컷핏으로 종아리 밑단을 넓혀주면 다리는 길어 보이고 상·하체 균형도 맞아 보인다. 연륜 있는 가수는 상황에 맞는 패션을 추구하지만 자신의 ‘아름다움’도 포기하지 않는다.

싸이는 80주년 광복절 전야제에서 노개런티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다고 했지만 그건 아니라고 그가 정정했다. 자신의 개런티로 다양한 효과를 사용해 더 양질의 무대를 선물했다고 말이다. ‘챔피언’ ‘예술이야’ ‘연예인’ 총 3가지 노래를 불렀는데 첫 노래가 끝나자마자 얼굴은 땀범벅이 되었음에도 그의 겨드랑이는 뽀송뽀송했다. 녹색 상의를 선택했을 때 이미 흥건해질 겨드랑이에 대한 대비를 마쳤을 것이다. 싸이의 화끈한 무대는 80주년 광복절 전야제 마지막 무대로 손색이 없었으며,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탄 듯한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됐다. 싸이의 패션은 그의 무대만큼 ‘예술’이었다. 마지막 곡을 마친 그의 ‘곁땀’마저 섹시하게 느껴질 만큼.

이문연

옷 경영 코치. 건강한 스타일과 옷 생활을 위한 개인 코칭을 진행하며 글도 쓴다. <주말엔 옷장 정리> <문제는 옷습관> <불혹, 옷에 지배받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법>을 썼다. 인스타그램 @ansyd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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