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자성어는 복룡봉추(伏龍鳳雛. 엎드릴 복, 용 룡, 봉새 봉, 병아리 추)다. 앞 두 글자 ‘복룡’은 ‘엎드린 용, 즉 세상에 나오지 않고 은거하는 인재’를 뜻한다. 와룡(臥龍)과 동의어다. ‘봉추’는 ‘병아리처럼 덜 자란 봉, 즉 성장기의 인재’를 뜻한다. 이 두 부분이 병렬구조를 이루며 ‘뛰어난 재주를 가졌으나, 아직 발탁되지 않은 인재들’이란 의미가 만들어졌다.

진수의 ‘삼국지(三國志)’나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정독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 ‘복룡’이라고 말하면 제갈량(諸葛亮. 181~234)이 떠오른다. 또 ‘봉추’ 하면 방통(龐統. 179~214)이 떠오른다. ‘복룡봉추’, 이 네 글자는 ‘삼국지’의 ‘촉지(蜀志)’에서 유래했다.

뛰어난 전략가 방통은 지금 후베이(湖北)성 샹양(襄陽)에서 태어났다. 자(字)는 사원(士元)이다. 그 무렵, 한수이(漢水) 중류에 위치한 그의 고향은 징저우(荊州) 북부의 전략 요충지였다. 인접한 강물을 활용한 엄청난 규모의 해자(垓子)로 유명했다. 해자의 폭과 깊이가 다른 성채들과 달랐기에 방어에 유리했다.
성인이 되자 방통의 재능은 주변에 널리 알려졌다. 임기응변(臨機應變) 재능을 타고났고, 경중(輕重)과 완급(緩急)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두 살 차이인 제갈량과 그는 인척 관계다. 방통 사촌의 아내가 제갈량의 친누이였다.

유비(劉備)에게 방통을 가장 먼저 추천한 인물은 ‘수경(水鏡) 선생’ 사마휘(司馬徽)다. 사마휘는 방통과 제갈량의 스승이었다. 잦은 패배를 경험한 후, 군사 전략가의 가치를 깨우친 중년기의 유비는 마침 새로운 인재를 찾고 있었다.
유비는 먼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통해 제갈량을 발탁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참모들이 방통도 꼭 발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갈량도 방통을 기용해 큰 임무를 맡겨야 한다고 유비에게 적극 권한다.

이후 유비와 방통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나 서로 호흡을 맞춰나가는 초창기 일화들은 ‘삼국지연의’에 꽤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물론 방통의 기질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화도 존재한다.
유비가 지금 쓰촨(四川)성 일대를 공략할 즈음의 일이다. 유비는 군대를 직접 이끌고 전진하고 있었다. 이때 그의 곁에 머물며 조언하던 핵심 참모는 방통이었다. 제갈량은 관우, 장비와 함께 후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조조(曹操)를 물리치고 유비 세력이 어렵게 확보한 징저우(荊州)를 굳건히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승리가 이어지자 하루는 유비가 막사에서 잔치를 열었다. 음악도 연주되는 제법 큰 잔치였다. “오늘 모임, 상당히 즐겁네요.” 분위기가 무르익자 유비가 방통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방통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다른 나라를 공격하면서 즐거워하시니, 어진 이의 군대라고 홍보하긴 어렵겠는데요.” 분명 쓴소리였다.
취기가 오른 유비는 이 말이 거슬렸다. 화를 제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방통을 면박한다. “주(周)나라 무왕(武王)도 상(商)나라 마지막 왕 주(紂)를 공격하는 와중에 간간히 노래를 하고 춤을 췄죠. 설마 그도 어진 이가 아니었단 말입니까? 경의 말이 사리에 맞지 않으니, 속히 일어나서 나가시오.”
잠시 후, 자신이 과했다고 판단한 유비가 방통을 다시 불렀다. 방통은 예전 자리로 돌아오더니,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먹고 마셨다. 이를 본 유비가 내심 사과를 기대하며 구차한 질문을 던진다. “조금 전, 우리 둘 가운데 누가 잘못한 거요?” 방통이 바로 답한다. “군신이 함께 잘못했죠, 뭐!” 사과로 보기 어려운 방통의 이 담담한 말 한마디에, 유비도 크게 웃고 술을 권할 수밖에 없었다.

애석하게도 이 일이 있고 얼마 후, 방통은 적의 화살에 맞아 전사하고 만다. 이때 그의 나이 불과 36세였다. 법정(法正), 방통, 제갈량, 인연이 닿은 이 세 군사 전략가들 모두 일찍 세상을 떴다. 그 우연을, 유비의 세력이 꿈을 이루지 못한 핵심 이유로 꼽는 역사가도 있다.
인재의 소중함은 불변이다. 인재들이 경시되지 않는 알고리즘으로 ‘봉추’가 부활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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