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오페라 세계관 속에서 강미란(강경헌 분)이 마침내 꺼낸 진실 한 마디가 극 전개의 흐름을 바꾸며 긴장감 넘치는 서사에 불을 붙였다.
지난 3일 방송된 ‘여왕의 집’(연출 홍석구, 홍은미 / 극본 김민주 / 제작 플라잉엔터테인먼트, 아센디오) 27회에서 미란은 조카 재인(함은정 분)에게 그동안 감춰온 비밀을 털어놓으며, 인물 간의 감정선과 관계 구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YL그룹에서 냉철한 판단과 단호함으로 움직여 온 미란은 재인의 몰락과 은호의 죽음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회차에서는 그런 강인함 뒤에 감춰진 모성애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승우는 내 아들”이라는 고백은 충격 그 자체였지만, 이어지는 감정은 더욱 날카로웠다. 재인이 지난 주주총회에서 자신을 배제하고 황기찬(박윤재 분)을 지지한 미란과 승우에게 깊은 배신감을 드러냈고, 이에 미란은 처음으로 엄마로서의 본능적인 분노와 모성애를 드러내며, “우리 승우 다치게 하지 마. 그땐 나도 가만 안 있어.”라며 강한 경고를 날렸다.
과거 YL그룹을 지키기 위해 사랑도 아들도 버려야 했지만, 이제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미란의 깊고도 복합적인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강경헌은 이러한 미란의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를 꺼내 보이며 냉정과 감정, 권력과 모성의 충돌을 복합적으로 표현해냈다. 재인에게 경고하는 단호한 눈빛 뒤에 아들 승우를 지키려는 떨리는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동자는 미란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동안 미란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차를 통해 미란은 더 이상 단지 ‘강한 사람’ 이 아닌, 지켜야 할 아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뜨거운 감정을 쏟아내는 엄마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