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2주년 기념식
도지우씨 “어디든 가고 싶은 곳 다녀”
김예지 국힘 의원, 태백이와 ‘공식 만남’

“태극이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같은데 잘 커줘서 고맙고, 새로운 보호자와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어린 안내견을 돌보는 자원봉사자 ‘퍼피워커’ 임소예양(12)은 26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열린 개교 32주년 기념식에서 “카페에 개를 데리고 가면 싫어하실까 걱정했는데 늘 기쁘게 반겨주던 사장님이 생각난다”고 웃었다.
소예양은 고정욱 작가의 <안내견 탄실이>를 읽고 집에서 예비 안내견을 돌보며 사회화를 돕는 ‘퍼피워킹’을 알게 됐다. 엄마 유리씨와 아빠 임정환씨의 지지로 소예양 가족은 ‘퍼피워커’가 돼보기로 했다. 퍼피워커란 시각·청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생후 7주부터 약 1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를 말한다. 소예양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자원봉사를 신청했고 1년간의 기다림 끝에 2023년 생후 2개월 된 레브라도 리트리버 ‘태극이’를 만났다.
태극이는 소예양 가족의 일상을 바꿔놨다. 걷는 훈련이 필수인 태극이를 위해 하루 두 번의 산책은 기본이었다. 태극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백화점 등 사람 많은 공공장소를 일부러 찾아다녔다. 유리씨는 “덕분에 부지런해졌다”고 말했다. 태극이는 소예양 가족과 1년간 함께 살면서 안내견으로서 기본소양을 갖춰갔다. 성장한 건 태극이만이 아니었다. 독립심이 생겼다는 소예양은 “예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일단 엄마부터 찾았는데 요즘은 직접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퍼피워킹을 마친 예비 안내견들은 안내견 학교로 돌아와 1년여간 본격적인 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을 통과해 정식 안내견이 되는 비율은 35% 남짓에 불과하다. 소예양 가족의 품을 떠나 안내견학교에서 훈련받은 태극이는 이날 시각장애인 파트너 도지우씨와 함께 안내견으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첫 안내견을 분양받은 도지우씨는 “눈이 보이지 않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일이 되게 많았다”며 “태극이를 만난 지금은 언제든지 가고 싶은 곳을 다니며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별의 아쉬움과 시작의 설렘이 교차한 이날 기념식에서는 태극이를 포함해 골드·방긋·산이·이랑·핑크·태백·나리 등 안내견 8마리가 앞으로 함께 할 파트너를 만났다.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이날 네 번째 안내견인 태백이와 ‘공식적으로’ 만났다. 그는 “안내견들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더 멀리 그리고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안내견의 여정에 보이지 않는 든든한 동반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7년간 동반자였던 안내견 ‘조이’는 이날 은퇴식을 했다. 안내견은 만 8세 전후에 은퇴한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안내견학교의 32년간의 세월은 자원봉사자와 정부, 지자체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하나 된 걸음’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안내견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현재까지 308마리의 안내견을 분양했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될 안내견을 키워내기 위해 훈련사와 예비 안내견이 함께 걸은 거리는 86만km, 지구를 21바퀴 도는 것보다 더 긴 거리다. 지금도 안내견 85마리가 전국에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