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로 재기에 성공한 ‘불닭’ 삼양식품과 수출 기회에 올라타려는 ‘신라면’ 농심의 2분기 실적 희비가 갈렸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인기에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농심은 미국·중국 등 수출 지역에서 늘어난 판촉비와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다만 하반기에는 내수도 해외 시장도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두 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진격의 삼양, 고심하는 농심
삼양식품은 올해도 불닭 효과를 톡톡히 맛보며 반기 기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회사는 2분기 매출(연결기준) 5351억원, 영업이익 1201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늘었고, 영업이익은 34.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2.4%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1조821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5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8% 성장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매출이 증가한 데다 유럽 법인도 성장세에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농심은 매출은 소폭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농심의 2분기 매출은 8677억원으로 0.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난 1조7608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962억원으로 8.4% 줄었다. 농심 관계자는 “수출이 소폭 늘긴 했지만 해외 판촉비와 관세 여파,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페루 신라면 분식 1호점, 이탈리아 베네치아 광고 등의 마케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해외 매출과 이익 모두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내수는 가격 압박

하반기도 내수는 전망이 어둡다. 최근 국내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 자제’를 넘어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와 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주요 식품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물가 안정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며 “정권마다 반복되는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내수 비중이 큰 농심의 경우 연매출 ‘3조 클럽’에 속하는 대형 식품기업이지만 영업이익률은 5% 안팎에 그친다.
계속되는 내수 침체도 식품기업들의 고민거리다. CJ제일제당 식품부문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901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고, 롯데웰푸드도 영업이익(343억원)이 46%나 줄었다. 오뚜기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해외는 관세 고민

매출의 약 70%가 해외서 발생하는 삼양식품 역시 하반기 상황이 불안하다. 수출 실적의 약 29%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상호관세가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간 무관세로 수출했던 라면에 15% 관세가 붙게 되며 삼양식품은 수출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관세 부담을 그대로 떠안기에는 수익성 감소 폭이 크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미국 생산설비가 없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
문제는 관세를 반영해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올리면 현지 매출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판매 가격 조정은 현지 유통 채널과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삼양식품이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코스트코, 월마트 등 현지 판매처의 바잉파워가 크기 때문에 인상률과 시기, 인상 품목에 대한 세부 조율을 함께 협의해야 한다.
미국 역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관세 시행 등으로 수입 먹거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현지 소비자들이 과자, 스낵, 라면 등 주요 식품 외 소비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상호 관세가 부과되며 K푸드의 가격 경쟁력이 새로운 고려 대상으로 떠올랐다”며 “지금까지는 K팝 등 한류에 기반한 판촉 전략에 집중했다면 이제 공급망 다변화 등 가격 경쟁력을 위한 대책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