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부총리 협상 잘해서 8월 통방 부담 덜어"

2025-08-0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한은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8월 통화정책의 부담을 덜게 됐다”며 대미 협상단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진행된 구 부총리와의 첫 공식 회동에서 “8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두고 관세 문제가 잘못 풀렸다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임명 직후 빠르게 협상을 처리한 것은 어려운 시점에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끝난 문제가 아니지만, 초기 대응을 잘해준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직접 사의를 표했다. 이같은 발언은 한미 협상으로 성장률과 물가 경로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관련 주요 변수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돼 정책 운용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관세협상 타결에 따라 성장률 하강 충격을 일정 부분 방어했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8월 통방에 부담을 덜었다'는 말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 총재는 "통방이 가까워 오고 있어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구 부총리의 한은 방문은 지난해 2월 최상목 전 부총리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기재부 수장의 공식 방문으로 이 총재와의 만남은 상견례 성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는 이날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이 총재의 드레스코드에 맞춰 착용하고 있던 넥타이를 푸른 채 기념촬영에 임하며 “총재님은 개인적으로도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한국경제를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후 두 수장은 잠재성장률 제고와 구조조정 필요성을 핵심 의제로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경제 주체가 협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추상적인 산업전략에서 벗어나 AI 자동차, SIC 반도체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템 중심의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경제정책방향에 재정, 세제, 규제, 인력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해외 인력도 과감히 유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 부총리는 자신이 공직 퇴직 후 집필한 ‘레볼루션 코리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공직 33년간 보지 못했던 현장의 민낯을 제대로 보기 위해 책을 썼다”며 “공식 방문만으로는 현장을 알 수 없다. 정책도 ‘제조업 르네상스’처럼 범위만 넓은 전략이 아니라, 세분화된 실질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에 “기재부 부총리가 이렇게 직접 한은에 와 주신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이번을 계기로 양 기관의 협업이 한층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구조조정 관련 논의에 대해선 “구 부총리의 책에 담긴 정책 방향이 한은이 지난 2년간 준비해온 구조조정 어젠다와 절반 이상 일치한다”며 “기재부가 구조조정 연구의 가장 큰 수요처가 될 것인 만큼, 좋은 정책은 선택하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거르는 방식으로 협업하길 바란다. 한은 연구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차관급 회의로 대체 운영되고 있는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의 정례화 여부에 대해 구 부총리는 “조직 개편에 따라 F3가 될지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율 100%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 측의 액션을 더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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