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100인의 아빠단' 활동 중, 전북도 활발
"아빠단 활동, 좋은 자극 돼"⋯초보 아빠들 적응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궁금한 게 생기기 마련이다. 다른 육아 부모의 의견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조언을 얻고 싶어도 대표적인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인 '맘카페'는 가입 자격이 여성으로 제한돼 있어 남성인 아빠는 가입이 어렵다.
하지만 이제 아빠도 걱정 없다. 맘카페 아빠 버전(?)인 '100인의 아빠단(아빠단)'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인구보건복지협회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아빠단은 아빠 육아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확산하고 함께하는 육아 실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작된 대한민국 대표 아빠 육아 모임이다.
전북에도 아빠단이 있다. 보건복지부·전북특별자치도·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저출생 대응 인식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전북에서 거주하는 3세∼9세 자녀를 양육 중인 아빠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아빠단은 매주 놀이·일상·건강·교육·관계 등 분야별 주간육아과제(미션)을 수행하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네이버 카페를 통해 아빠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소통하고 있다. 맘카페처럼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육아 꿀팁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명 맘카페가 아닌 대드카페다.
문득 전북에서 활동하는 아빠단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빠단의 활동이 어떤지, 아빠들 간의 네트워크는 어떤지, 아빠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빠단 소속 아빠 2명을 만나봤다.

"저도 아빠는 처음이라⋯."
장정현(45) 씨는 7살 아들, 3살 딸 쌍둥이를 키우는 삼남매 아빠다.
장 씨는 모임도 잘 나가지 않는 집-회사만 아는 사람이었다. 비교적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았던 장 씨는 맘카페처럼 아빠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2022년 와이프가 100인의 아빠단을 신청해 놓은 덕에 아빠단을 알게 됐다.

"활동한 첫해는 몰랐어요. 2023년은 신청 시기를 놓쳐 못했고 지난해에 또 했는데 알겠더라고요. 진짜 대단한 아빠들이 많다는 걸요. 저도 가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평범한 아빠였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많이 반성하고 배웠어요."
장 씨는 아빠단을 통해 좋은 자극을 받았다. 첫째 이어 둘째 때도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들과 잘 놀아 주는 등 가정적인 아빠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아빠들을 보니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본인이 느낀 만큼 주변 사람에게도 아빠단의 활동을 강력 추천하는 장 씨다.

이제는 아빠들만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까지 들어가서 다른 아빠들과 네트워크를 이어가고 있다.
장 씨는 "처음에는 아빠들이 무엇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해 보면 생각보다 별 거 없고 어렵지도 않다. 아이가 세 명이라 힘도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이 주는 행복은 그에 비해 수십 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첫째 때 사정이 있어서 혼자 육아휴직을 쓰고 아들을 케어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밥 먹이고, 재우고, 청소하고, 밥 하고, 밥 먹이고, 재우고. 몸은 안 힘들어도 마음이 힘들고 외로웠다. 텔레비전 속 엄마들이 왜 우울증 걸리는지 알 것 같았다"면서 "만약 아내가 가정주부라고 할지라도 아빠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같이 육아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해 보니까 알겠더라"고 조언했다.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최명호(43) 씨는 7살 딸과 함께 세상을 즐기며 성장하고 있다.
최 씨는 아빠단으로 활동 중이던 아내의 직장 동료를 통해 아빠단을 알게 됐다. 당시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던 터라 망설임없이 참여했다.

"아빠단 중에서 다둥이 아버님, 아프리카로 출장을 가면서까지 미션을 올리시는 아빠들이 계세요. 이렇게 각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빠들을 보면서 많은 귀감이 됐어요. 가정 내 좋은 아빠들의 모습을 본받게 되는 것 같아요."
장 씨와 비슷하게 아이와 열심히 소통하는 아빠들에게서 좋은 자극을 받은 최 씨다. 특히 아빠단 미션 중 아이와 노는 미션, 아내와 함께 육아하는 미션 등을 통해 육아에 대한 힘듦과 보람 등을 공감하고 아내와 격려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가정 내 좋은 아빠들의 모습을 본받게 된 것이다.

최 씨는 "아이를 처음 품에 안은 순간부터 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저에게 '아빠'라는 단순한 호칭이 아닌 삶의 방향을 바꾼 가장 큰 축복이자 정말 천국이 펼쳐졌다. 그래도 저도 왕초보에서 이제 막 초보가 된 아빠다"고 했다.
이어 "아빠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건 아이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을 두려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함께 하려고 노력하셨으면 좋겠다. 주변 육아하는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이들 엄마 없이 1박 하는 게 두렵다고 한다. 힘들지만 분명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두려워 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