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는 청정수소 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소 사업 추진에 대한 정책 의지를 밝혔다. 산업·운송·발전 분야의 탄소중립 달성과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에너지 저장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지금, 청정수소는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원자력 청정수소는 재생에너지만큼 탄소 배출이 적으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그만큼 경제성이 우수해 산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철강이나 정유화학 등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산업계가 최소의 비용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청정수소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 온 원자력 발전을 청정수소 생산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원자력 발전을 수소 생산에 활용할 경우, 그만큼의 대체 전력 생산을 위해 화력 발전량이 증가할 수 있어 탄소 배출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를 수 있다. 현재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원자력발전소는 낮시간대 증가하는 재생에너지와 전력 계통망의 충돌로 출력 제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낭비되는 청정 전력과 계통망 불안을 최소화하고, 탄소 감축 분야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원자력 청정수소를 활용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 일부를 청정수소 생산에 직접 사용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망을 여유롭게 만들면,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리고 청정 산업을 유치해 국토 균형발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대규모 청정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력원 확보 노력이 필수적이다.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대체 전력으로 화력 발전량을 늘릴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더불어 신규 원전 건설 및 기존 원전의 운영 기간 연장을 통해 저탄소 전력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안정적인 청정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실제 생산 경험과 운영 노하우의 축적도 필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부터 4년간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13개 산·학·연이 참여하는 10㎿ 규모의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업화에 필요한 법·제도·인허가 현안을 확인하고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결론적으로 “원자력 청정수소를 만들면 탄소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일부의 의견은 산술적인 분석으로, 청정 잉여 전력을 이용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유연성과 탄소중립이 필요한 우리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논리다.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청정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탄소가 줄어든다.”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공영곤 한국수력원자력 수소융복합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