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제한법으로 월권”…트럼프 관세 근거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

2025-05-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전세계적 무역전쟁의 근거가 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애초 1917년 제정된 적성국교역법이 부여한 광범위한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지적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 발동 방식은 오히려 전신에 해당하는 적성국교역법(TWEA)에 가깝다고 한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제정된 적성국교역법은 미국의 적대국과 무역을 금지하고, 대통령에게 무역과 금융 제재 등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1년 통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과세 대상 품목에 10%의 긴급 관세를 부과할 때도 적성국무역법(TWEA)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전시상황을 상정한 적성국교역법이 평시에도 발동되고, 특히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등 행정부의 권한 남용이 국가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미 의회는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경우 미 의회에 대한 보고 의무 등을 지게 됐다.

이후 역대 미 대통령들은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주로 무역법 등 근거 삼았다고 한다. 무역법 역시 270일 이내에 정부가 해당조치와 관련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해야하고, 미국의 국가안보를 훼손할 위험이 있는 특정한 물품에 대해 규제를 두는 등 제한사항이 규정돼 있었다.

대신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테러조직에 대한 재정 지원 네트워크를 차단(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2001년 9월), 미국을 공격하는 해커 제재(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2015년 5월) 등을 위한 근거 정도로 활용됐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원인이 전부 또는 상당 부분 미국 외부에 있는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또는 경제에 대해” 발동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지난해 1월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까지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발동한 건 총 69건이지만 관세 부과의 근거로 쓰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또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하더라도 ‘이란’ 혹은 ‘니카라과’처럼 대부분 특정 지역의 특정한 사안과 관련해 발동됐다고 한다.

다만 CRS는 “최근 들어 비상사태 선언시 지리적 특정성이 약화하고 비상사태 선포의 명분도 ‘인권’, ‘정치적 억압’ 등으로 크게 확대됐다”는 점을 우려했다.

트럼프의 경우 1기 때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다른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협상카드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2019년 5월 불법이민을 이유로 멕시코산 수입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불법 이민이 해소되지 않으면 점진적으로 25%까지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이후 미국과 멕시코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협정을 맺은 후 트럼프는 카드를 철회한 바 있다.

트럼프가 2기 들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통해 관세 전쟁을 벌인 데 대해선 무역법과 달리 행정부의 공식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과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사법적 심사를 느슨하게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