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이들이 이전에 살았던 특정한 사람의 인생을 반복한다는 생각은 드라마 소재에 불과할까. 이와 같은 평행이론이 트럼프 시대에도 되풀이될지 궁금하다.
찰스 3세 시대의 첫 총리 리즈 트러스는 영국 역사상 가장 짧은 임기(44일)로 퇴장했다. 그녀는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야심 차게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시장은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부추긴다며 뭇매를 때렸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포함한 미국의 대규모 감세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시장은 이 조치가 자산시장과 경제지표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감세안이 정부 부채한도 4조 달러 증액도 포함해 상원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재정적자에 보수적이었다.

관세 방망이를 휘두르다 막판에 물러서는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에 ‘타코(TACO)’란 말이 붙었다. ‘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의 앞 글자를 땄다. 트럼프 1기 때 언론이 붙인 말로 요즘 다시 회자한다.
누군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서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떠올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 푸틴과 같은 시선으로 캐나다, 그린란드, 가자지구, 파나마 운하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 리드는 캐나다 국민의 약 90%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는 걸 반대했다고 한다. 미국의 군사적 기습 점령을 상상할 수도 없는데 이 말을 되풀이하는 트럼프의 의도는 뭘까.
트럼프의 비일관성에는 여러 얼굴이 보인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조용하게 말하되, 큰 곤봉을 갖고 있으라고 했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외교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백악관에 윈스턴 처칠 흉상이 돌아왔다. 과거 영국 제국주의에 비판적인 민주당 대통령들은 집무실에서 이를 치웠다. 평화는 강력한 힘이 있을 때 온다고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