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2화. 그 국회의원은 왜 남산 케이블카 업체를 편들었나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명동 쪽 남산 자락에 있는 남산예장공원. 높다란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공사장은 버려진 땅처럼 황량했다. 섭씨 36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적막감을 더했다. 가림막 앞엔 놓인 입간판엔 이렇게 쓰여 있다.
남산 곤돌라 설치 공사
공사기간 2024. 09. ~ 2026. 04.
‘빠른 시일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약속은 공수표가 될 공산이 농후하다. 남산 케이블카를 63년째 독점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이 서울시의 곤돌라 공사를 중지시켜 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남산 곤돌라는 2026년 봄 운영한다. 곤돌라 캐빈 25대가 시간당 최대 1600명을 태우고 남산예장공원(하부 승강장,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지점)에서 남산 정상까지 832m 구간을 5분 만에 오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공사 정지 신청 인용으로 1년째 모든 게 멈췄다.

115억원 혈세 허공으로
곤돌라 사업에 집행된 공사비는 67억원, 설계비는 22억원에 이른다. 예장공원 내 이회영 기념관을 이전하느라 4억여원을 썼다. 93억원이 넘는 시민의 세금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또한 서울시는 법원 결정(지난해 10월 30일) 이후 공사 업체에 공사 지연에 따른 배상으로 간접비 5400만원과 예장공원 관리비로 1억8853만원 등 매달 2억4000여만원을 지출한다. 이렇게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만 합쳐도 22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모두 합치면 지금까지 115억원(93억+22억원)가량이 증발했다. 혈세가 줄줄 새고 있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남산 곤돌라는 남산 케이블카의 영구 독점 체제를 깨려는 서울시가 던진 회심의 카드다. 2009년(오세훈), 2016년(박원순), 2024년(오세훈) 세 번 도전한 사업이기도 하다.
케이블카 사업자의 후원금 받은 국회의원들
서울시의 거듭된 시도는 국회에서 한국삭도공업의 케이블카 독식 영업을 바꾸는 법안이 번번이 무산된 뒤 이뤄졌다. 2018년·2021년 국회에선 궤도 사업(케이블카)의 허가 유효 기간을 30년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이 논의됐다. 이들 법안은 모두 흐지부지 끝났다.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가.
‘이팩트’(이것이 팩트다) 취재팀은 당시 국회 회의록에서 독점 운영을 옹호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확인했다. 이중엔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도 포함됐다. 한국삭도공업 대표와 부사장이 수년 전부터 후원금 500만원(국회의원 후원회당 연간 개인 기부 한도)씩 기부한 국회의원 명단도 파악했다.
이 명단에는 원내대변인·정책위의장·원내부대표 등을 맡아 ‘목소리가 컸던’ 의원들이 포함됐다. 한국삭도공업과 관련된 법안이 논의될 때를 대비한 ‘보험성 후원금’이 아니었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의원 명단은 기사 뒷부분에 있음)
이런 의문을 풀기에 앞서 서울시와 한국삭도공업이 벌이고 있는 소송전의 내막부터 해부한다. 이름하여 ‘케이블카 vs. 곤돌라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