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원들이 최근 법원에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계획을 확정한 조합 대의원회 결의에 큰 하자가 있기 때문에 결의와 이를 근거로 한 시공자 선정이 무효라는 취지다. 앞서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 6월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냈는데, 지난 11일 현대건설이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은 지난 12일 압구정2구역 시공자 선정 계획을 확정한 조합 대의원회 결의 효력과 이 결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시공자 선정 절차를 정지해달라는 내용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시공자 선정과 관련한 대의원회 결의와 이에 따른 시공자 선정 절차에 위법·무효 사유가 있다는 취지다. 앞서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 6월 대의원회를 열어 ‘시공자 선정 계획서 및 입찰안내서 의결의 건’을 통과시킨 뒤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가처분을 제기한 조합원들이 문제 삼은 지점은 대의원회 결의 당시 원안설계 누락이다. 앞서 대의원회에서 확정된 시공자 선정계획서와 입찰안내서에 따르면 입찰참여자는 주동 개수 등 특정 항목에 대해서는 조합이 제시한 원안설계를 변경해 제안할 수 없다. 지침을 어긴 입찰자는 시공자 선정을 취소하고 입찰 참가도 무효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찰 참가 무효와 시공자 선정 취소 기준이 되는 조합 측 원안설계는 대의원회 결의 당시 대의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처분을 낸 조합원들은 “입찰 무효 또는 시공자 선정 취소에 관한 사항의 중요 기준인 ‘원안설계’가 누락된 채 대의원회 결의가 진행됐다. 이 대의원회 결의와 이를 토대로 진행되는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는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 조합원 알권리 침해, 대의원 심의·의결권 침해, 입찰 공정성 훼손 및 조합원 시공자 선택 기회 침해, ‘설계도서’ 및 ‘건축물 설계 개요 변경’을 총회 전속 의결사항으로 정한 도시정비법 잠탈의 중대한 위법 사유가 존재해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비와 이주비 대여 방법을 제한한 입찰 지침도 도마에 올렸다. 앞선 시공자 선정계획서와 입찰안내서에 따르면 입찰참여자는 △이주비를 개별 조합원 담보가치(LTV 100%) 이내 △이자율은 ‘기준금리(CD)+가산금리’ 형태로만 제안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이주비와 기본이주비 금리는 동일하게 적용토록 하고 △직접대여나 지급보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대출 외에 기타 금융기법을 제안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입찰자도 입찰 참가 역시 무효로 처리하기로 했다.
가처분을 신청한 조합원들은 “사업비, 이주비 대여 방법을 극도로 선별적으로 제한해 시공자 선정계획서 및 입찰안내서를 수립한 대의원회 결의와 이를 토대로 진행된 입찰공고는 조합원들의 다양한 시공자를 비교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고,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하며, 도시정비법 규정에 반하는 중대한 위법이 있어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번 입찰 지침이 특정 시공사 독주 체제를 만들었기에, 시공자 선정 및 변경을 총회 의결 사항으로 정한 도시정비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폈다.
압구정2구역은 압구정아파트지구에서 처음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정비사업장이다. 현재 압구정아파트지구는 현대아파트(1~14차)와 한양아파트(1~8차), 미성아파트(1~2차) 등이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현대 9·11·12차와 신현대가 포함된 곳으로, 조합은 지난 6월 지상 최고 65층 아파트 14개 동(2571세대)을 짓는 내용으로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총공사비는 2조 7489억 원, 입찰보증금은 1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압구정2구역 첫 번째 시공자 선정 입찰은 유찰됐다. 가처분 신청 하루 전인 11일 마감된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응찰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향후 2차 입찰 공고를 낼 전망인데, 이마저 유찰되면 시공사 선정은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은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지만,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시공자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정할 수 있다.
이번 소송은 삼성물산의 시공자 선정 입찰 불참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압구정2구역 수주에 큰 관심을 드러내던 삼성물산은 조합이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낸 직후인 지난 6월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합이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하고 △모든 금리를 CD+가산금리 형태로만 제시하도록 하는 한편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기타 금융기법 활용 제안 불가 등 이례적인 입찰 지침을 제시했다는 이유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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