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올해 상반기 북미 지역에서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세계 최대 시장에서 'K바이오' 경쟁력을 입증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리스크 등 대외변수에도 주력 제품 지속 성장과 대형 고객사 확보 등 성과를 거뒀다.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매출 95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2%나 성장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0%(36.8%)를 돌파했다. 평균적으로 유럽이 전체 매출의 60%를 넘어서며 최대 매출처지만 이번에 미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50%(53.9%)대로 줄었다.
셀트리온도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의 북미 지역 상반기 매출은 5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4900억원)과 비교해 8.1% 성장한 수치다. 역대 반기 최대 매출이자 2년 연속 북미 지역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화이자 등 미국 파트너사 매출을 제외한 미국법인 실적이 특히 빛났다. 셀트리온은 2023년부터 미국 내 직판 체제를 도입,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 등 주력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법인 매출은 15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6억원) 대비 254.3%나 성장했다. 미국 직접 판매 2년 만에 현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북미 지역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미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서비스 경쟁력이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7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원(10억6000만달러)이 넘는 초대형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약 7112억원(5억1400만달러) 규모 CMO 계약을 수주했다.
여기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미국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는 총 6900만달러(약 954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나 성장했다. 또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는 올해 미국 내 1, 2위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공급 계약까지 따냈다.
셀트리온은 2016년 인펙트라(램시마 미국명)를 시작으로 2019년 트룩시마, 2020년 허쥬마, 2023년 베그젤마·유플라이마, 2024년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명)를 차례로 출시했다. 올해 상반기엔 스테키마와 스토보클로-오센벨트까지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램시마의 안정적인 성장 속에 베그젤마는 지난달 기준 8%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짐펜트라 역시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처방이 꾸준히 늘고 있고, 특히 3대 PBM을 비롯한 주요 채널과 계약해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내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인수, 생산거점까지 확보하며 북미 공략을 가속화한다. 안정적인 생산 능력 확보는 물론 미국 관세 리스크까지 해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제약,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동시에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중국 바이오 기업 제재 등 우호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관세 부담과 글로벌 경쟁 등 불확실성이 큰데 두 기업의 성장은 K바이오 글로벌 진출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