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현실 반영없는 'AI 복지·돌봄'

2025-11-03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50대 남성 정보만 확보해도 고독사 위험군 포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지방자치단체 고독사 예방사업에 참여하는 한 기업 관계자의 호소는 일리가 있었다. 50~60대 남성에서 고독사가 집중 발생하고, 건강보험 가입 유형 변경은 실직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을 관리하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실현은 요원하다. 지난해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전국 지자체가 전담 조직을 꾸렸다. 보통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걸거나, 가정에 전력량 변동 측정 센서를 다는 방식으로 예방·관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 대상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홀로 남겨진 50~60대 남성의 동의율은 현저히 낮다고 한다. 지자체 공무원 인력 부족도 문제다.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 구축·운영을 맡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감감무소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독사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고독사 예방·관리 사업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렸고, 인공지능(AI) 심리케어 서비스 개발 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기술로 고독사 예방을 극복하겠다는 의도 자체는 환영한다.

다만 제도 개선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건강보험 가입자 유형 데이터만 개방해도 고독사 예방·관리 사업 운영 효율이 올라간다. 우리가 가진 보건·의료 분야 정보 자원을 파악하고 활용 폭을 넓힌다면, 예산을 절약하면서도 복지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복지부는 복지·돌봄 분야에 AI를 활용하겠다고 결정부터 하고, 뒤늦게 운영 방안을 수립한다는 느낌을 준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일부 AI 응용 사업의 구체적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최근 출범한 복지부 'AI 복지·돌봄 혁신 TF'에서 법·제도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있길 바란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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