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의 사람들⑥
대통령의 '호위무사'
이태형 민정비서관
2018년 늦여름 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의뢰인 집을 선걸음에 빠져나가는 중년의 변호사. 초면인 의뢰인에게서 까다로운 형사사건의 개요를 듣고 일일이 답하느라 수 시간을 붙들린 뒤였다. ‘경찰 수사를 받는 법’ 정도만 코치하기 위해 만났을 뿐, 그 이상을 들여다볼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게다가 그는 20년간 검찰 생활 끝에 개업 두 달 차를 맞은 쌩쌩한 전관(前官)이었다.
“당신을 배웅해 주겠다”며 뒤따라 나온 의뢰인의 호의마저 달갑지 않았다. 화단 곁에서 묵묵히 맞담배를 피우고 있자니 ‘담배를 태우기 위해 나온 건가’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끈끈한 밤공기와 담배 연기가 얽혀갈 때 의뢰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청유(請誘)가 간곡하고 투명해 변호사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태형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이 만나게 된 첫 장면이다. 그로부터 7년 뒤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이 비서관은 ‘민정수석실의 상왕’이란 평가를 받는다. 민정수석실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이 비서관이 법무법인 엠(M) 대표변호사이던 시절 그 밑에서 일한 막내 변호사인 데다 이장형 법무비서관 역시 이 비서관의 고려대 법대 후배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초동에선 그가 서울 소재 지검장 A씨와 검찰 인사판을 이미 다 짰다는 뜬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비서관은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 민정수석도 공석인 데다 내가 무슨 권한이 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세상은 이 비서관을 주목한다. 지난 7년간 이 대통령이 고비에 처했을 때마다 ‘법률 호위무사’로 나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