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김건희 여사의 인맥을 동원해 법관들을 상대로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로비했다는 의혹이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TF(태스크포스) 첫 기자회견에서 제기됐다.
민주당TF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회장이 보석 석방을 위해 김건희 여사의 인맥을 동원해 판사 등을 상대로 한 로비를 펼쳤다는 녹취록이 보도됐다”며 “김건희 특검이 관련자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수사를 촉구한 만큼 특검이 이 사건을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지 판단할 개연성이 있다.
김 전 회장의 보석 로비 의혹은 조모(64·구속기소) 전 KH그룹 부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으로 추정되는 인물 간 대화 녹취록에 기반한다. 조 전 부회장은 “서울 평창동에 무속인 김모씨에게 김성태 회장이 20억원을 주면서 보석 석방을 청탁했다” “무속인 김씨가 김건희 여사를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성태의 1심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에게 청탁해 보석허가 결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회장은 “하얏트호텔 지하 1층 일식당에서 무속인 김씨 측이 코바나컨텐츠 관계자를 만나 김성태 석방을 논의했다”고도 부연했다.
김성태 "무속인 만났지만 로비 청탁 사실 아냐"
조 전 부회장의 의혹 제기에 더해 민주당이 국회 기자회견을 열자 김 전 회장은 이런 주장이 전부 허위라며 7일 경기 수원장안경찰서에 조 전 부회장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전 회장은 “2022년 상반기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 지인 소개로 무속인 김씨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보석 인용 청탁을 목적으로 금품을 건넨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김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지난 2023년 2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같은 해 7월 추가로 기소돼 11개월가량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구속 만기를 열흘 앞둔 지난해 1월 23일 보석이 인용돼 풀려났다.
김 전 회장은 조 전 부회장에 대해선 “36년 전인 22살 때 처음 만난 뒤 지난해 초 생활이 궁핍하다고 호소해 KH그룹 계열사 알펜시아CC 대관 업무를 도와주라고 했는데, 부회장 명함을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여 관계를 단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도 터무니없는 주장이기에 고소를 결심했고, 대질 조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조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채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조 전 부회장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관련 검찰 로비 명목으로 48억원을 건넸다고도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조 전 부회장의 의혹 제기에 대해 지난 6월 30일 권 의원과 김 전 회장,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박상용 부부장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