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의 시선은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허공에서 펄럭이는 양팔의 움직임에 집중하느라 몰입 중이다. 한 마리 새처럼 파닥이는 가벼운 몸짓을 따라 정말로 비상을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수어로 새를 표현하고 있다. 그는 청인이지만 농인인 부모와는 수어로 대화한다. 작가는 연속 촬영한 이미지들을 겹쳐 소년의 날갯짓을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았다. 19세기 말, 프랑스 사진가 쥘 마레가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성을 연속 사진으로 찍어냈다면, 작가는 연속 사진을 한 장으로 압축해 그 움직임을 평면의 사진 속에 재현해 냈다. 한편으로 이 사진은 소년이 몸짓으로 하는 대화의 장면이면서 동시에 새를 은유하는 상상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 상상은 날개를 펄럭이는 만큼의 시간 흐름, 그 운동성이 만들어내는 바람이나 소리 같은 여러 감각 작용을 동반한다.
전명은이 수어의 몸짓과 표정을 담아낸 이 연작의 제목 ‘나는 본다’에서 보는 주체는 누구인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무엇을 본다는 것일까. 우리가 소년을 본 것인가 아니면 한 마리 새를 본 것일까. 소리의 감각이 없는 소년의 부모가 본 새는 우리가 지각하는 새와 어떻게 같고 다른가. 이처럼 전명은의 사진은 ‘보는 행위’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본다는 행위가 수반하는 지각의 세계는 이미 학습된 감각 경험의 연장이면서, 동시에 시지각 너머 다른 감각 기관의 도움을 받는 공감각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명은에게 사진은 프레임이 누락하고 있는 상상의 영역을 다루는 일이자, 가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천체 망원경을 이용해 찍은 별 사진처럼, 그것은 실재하면서 동시에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이기도 하다. 전명은에게 사진은 존재와 인식의 근본적인 탐구를 위한 사유의 방편인 셈이다. 우리는 본다, 고로 존재한다.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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