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7세 고시’와 다문화적 미래 역량

2025-06-25

얼마 전 ‘7세 고시’라 불리는 극단적 조기 사교육 현상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큐멘터리는 과열된 한국의 사교육 현상을 조명하며, 초등학교 입학 전에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조바심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유명 학원에 성공적으로 ‘입학’하기 위해 ‘7세 고시’로 불리는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모습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어린 시절부터 ‘경쟁’에 내모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쟁이 늘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쟁을 통해 개인은 경쟁력을 갖추기도 한다. 한국 사회가 오늘날 이만큼의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그만큼 경쟁을 중시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경쟁은 흔히 속도전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빨리빨리’ 여기까지 왔다. ‘빨리빨리’의 에토스가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 내 자녀의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 서비스의 적극적 활용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경쟁’ 중심의 교육은 여전히 강력한 유효성을 유지할까? 즉 내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특히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의 눈부신 진화와 사회 변화의 가속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역량이 중요할까? 이러한 질문에는 여러 답이 있을 수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일 것이다. 일례로 세계경제포럼이 미래 사회의 교육 모형으로 제시한 바 있는 ‘교육 4.0’ 모형은 세계시민성 역량이나 대인관계 역량과 같은 사회적·관계적 역량들을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 등 다른 핵심 역량들과 대등한 위치에 두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점차 다문화 지구촌 사회의 맥락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사회적·관계적 역량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갈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일 것이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이러한 역량에 대해 기업들이 나서서 관심을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 예로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삼성 청소년 스포츠 클래스’는 이주배경 아이들과 비이주배경 아이들이 함께 스포츠를 배우며 다양성에 대한 열린 태도를 기르고 소통과 협력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우리는 어떤 미래는 꿈꾸는가? 내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시험에 기반을 둔 경쟁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분명히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관점을 지닌 이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7세 고시’는 그러한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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