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금융투자협회 공동 세미나
LH, 공공재개발 성과로 '5년 내 이주' 들어
원주민 재정착 고민 중인 GH…지분적립형 주택 분양할까
시공사 조기참여 방식의 정비사업 체질 개선 주문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다양한 정비사업 방식에 따른 갈등 조정 능력과 사업 속도, 원주민 재정착 방안 등을 놓고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해법을 제시했다. 한 가지 정답을 찾기보다 각 방식의 장단점을 인정하면서 제도와 발주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LH 공공 재개발 vs 서울시 신통기획… 속도는 LH가 빨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19일 금융투자협회와 공동으로 '도시정비사업 공공과 민간의 조화 그리고 정책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의 성과와 사업시행자의 역량 강화 ▲공공 정비사업 현황 및 활성화 방안 ▲조합시행방식 정비사업의 장·단점 등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김병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차장은 공공재개발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비교하며 공공정비 방식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공공재개발은 후보지 선정 단계부터 정비계획 초안 마련, 정비구역 지정까지 전 과정을 공공이 책임지고 진행한다"며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맡는 신속통합기획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예시로는 동대문구 전농9구역 재개발 사업지가 제시됐다. 기존 정비예정구역에 일부 신규 편입지역을 더하면서 지분쪼개기 여부, 최소 분양면적 기준 차이 등으로 주민 갈등이 컸던 곳이다. LH는 이 사업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최소 분양면적을 15.7㎡까지 낮추는 대신 해당 소유자들에게 상업성 발전기금을 출연하게 해 사업비에 쓰도록 중재했다. 소형 평형 위주 분양을 유도해 현금청산과 일반분양 물량 갈등을 푼 셈이다.
LH는 주민 소통을 위해 공공재개발 과정을 웹툰으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선 분담금 최소화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김 차장은 "특화 품목과 마감재, 주차대수까지 주민이 원하는 수준만 반영하고 주차 1대당 면적 기준을 제시해 기준을 초과하는 부분은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한다"며 "올해 선정된 현장은 3.3㎡당 700만원대 공사비로 계약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2020년 이후 후보지를 분석한 결과 후보지 선정부터 정비구역 지정까지 공공재개발은 평균 38개월, 신속통합기획은 35개월이 걸렸다. 정비구역 지정 후 시행자 지정까지는 공공재개발이 1.5개월, 신속통합기획이 9개월이었다. 그는 "서울시가 조합 설립 이후 시행인가·관리처분·이주 개시까지 8.5년에서 6년으로 줄이겠다고 했는데, 공공재개발은 이미 구역 지정 이후 이주 개시까지 5년 안에 마치는 구역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사전기획 기간을 줄이고, 지방권 공공정비 활성화를 위해 정비기반시설 설치비 지원과 용도지역 상향·용적률 완화 동시 적용 등이 필요하다"며 "정비구역 지정 이후 조합 설립이 지연되는 곳을 대상으로 공모를 검토하는 등 신규 후보지 발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경기도, 사업성 낮은 원도심 많아…원주민 재정착 증대도 숙제"
손승배 경기주택도시공사(GH) 부장은 '경기형 공공재개발'의 특징을 설명했다. 경기도는 인구 1394만명의 거대 지방자치단체지만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은 1.27로 서울(3.52)에 비해 크게 낮고, 도·농 복합도시가 31개 시 중 12개에 이른다. 집값은 낮지만 사업 대상지는 원도심이어서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GH는 2020년 주민제안 공모를 통해 ▲광명7구역 ▲고양 원당6·7구역 ▲화성11구역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다. 수시 접수와 지자체 공모를 통해 광명2구역과 광주 역동 등의 후보지를 추가로 확보했다.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광명7구역으로, 지난해 정비구역 지정, 올해 1월 사업시행자 지정을 마쳤다.
손 부장은 공공재개발의 장점으로 민간참여 공모 방식을 꼽았다. 그는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민간참여 공모로 공동시행자를 선정하고, 시공사는 건설에 전념하며 GH는 분양·보상·인허가 관리 등을 맡는 구조"라며 "안양 냉천지구 재개발 사업의 경우 협약 체결 후 10년이 안 돼 준공·입주를 마쳤다"고 말했다.
GH는 신용등급이 높아 사업비 조달금리를 3%대로 유지하고 있고, 정부 지원을 더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낮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업시행자로서 중요 사항을 결정하면서 관리처분총회 생략이 가능하다. 공사가 검증기관으로 나서면서 공사비 증액과 설계변경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점으로는 서울에 비해 정비사업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주민 이해도가 낮은 점이 꼽힌다. 손 부장은 "공공정비에서 임대·공적주택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집단 민원이 많다"며 "공사가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점도 단점"이라고 했다.
GH는 신규 공모에서 후보지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후보지 선정일로부터 3년 안에 정비구역 지정 신청이나 정비계획 입안이 되지 않으면 자동 해제하고, 토지등소유자 3분의 1 이상 반대나 지자체 요청이 있으면 중간에라도 사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원주민 재정착을 위해서는 지분적립형·토지임대부·이익공유형 분양주택과 저렴한 임대주택, 공공임대상가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경우 분양가 5억원 기준으로 최초 입주 시 25%(1억2500만원)만 내고, 4년마다 15%씩 추가로 취득하는 구조다.
손 부장은 "20년간 부담액이 약 6억원으로, 6%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입하면 내야 할 돈이 8억원 수준까지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이자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내년 건설형 분양에서 지분적립형을 공급해 반응이 좋으면 정비사업에도 적극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조합·신탁·공공 방식 모두 장단점 명확…"발주 구조부터 바꿔야"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합·신탁·공공 방식이 얽힌 정비사업 구조를 짚으며 발주 방식 개편을 주문했다.
그는 조합 방식의 장점으로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을 꼽았다. '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조합장 또한 조합 구성원 중 하나인 만큼 불리한 내용을 조합원에 솔직하게 설명하면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유능하고 도덕적인 조합일 때 성립하는 명제다. 단점으로는 전문성과 자금 부족, 집행부 비리, 빈번한 내부 분쟁, 각종 총회·의결 절차로 인한 사업 지연 등을 들었다.
최근 조합 방식 대체제로 떠오르는 신탁·공공 방식도 완벽하진 않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신탁 방식의 경우 투명성이나 자금조달 능력,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 조합보다 우위지만 회사나 담당자별 편차가 크다. 공공 정비사업은 궁극적 목표인 공공성과 인사·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
정비사업에서 통상적으로 활용하는 설계·시공 분리 발주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은 보통 설계 초기 단계에서 시공사를 뽑는데, 구역 지정부터 이주까지 10년 이상 걸린다"며 "11년 뒤 시작할 현장 공사비를 당장 정확히 써내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공사비 분쟁 발생의 불가피함을 꼬집었다.
그는 영국·미국에서 활용 중인 ECI(시공사 조기참여)나 CMR(시공책임형 CM) 도입을 제안했다. 설계 초기부터 시공사가 참여해 설계사와 함께 설계를 다듬고, 일정 단계에서 공사비 상한을 정하는 방식이다. 정비사업 특성을 반영해 공사비 검증 기능을 결합하면 조합 입장에선 공사비 상한을 명확히 하고, 시공사도 책임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조합 방식은 구조적 장단점이 있어 앞으로도 정비사업의 주요 방식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건 어느 한 방식을 없애자는 논쟁이 아니라, 각 방식의 특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제도와 발주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라고 강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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