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업계, 고환율 '직격탄'…정유·항공·철강·면세 '경영부담 가중'

2025-11-19

원자재·수입비용 급등, 소비 위축·불확실성 확대

기업들 “환율 모니터링 강화·리스크 시나리오 재정비”

올해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주요 산업 전반에 경영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원자재·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수익성이 직접 타격을 받고 있고, 환율 변동성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계획까지 전면 재검토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19일 오전 기준 환율은 1,465원 선을 기록하며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전량 달러로 수입하는 만큼 환율 변동의 영향이 가장 크다. SK이노베이션은 환율이 10% 오를 경우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1,544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고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 전략이 병행되면서 단기 충격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

업계는 내년 경영계획도 환율 1,400원대를 기준으로 수립하되 월별 환율 변화에 따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항공업계도 고환율의 대표적 피해 업종이다. 항공기 리스료·정비비·유류비 등 달러 기반 비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순외화부채가 48억달러 수준으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48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항공사들은 통화·이자율 스와프 등 헤지 전략을 확대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에서 환율 대응 비중을 더욱 늘리고 있다.

반면 해운업계는 달러 운임 수취 구조 덕에 일정 부분 환차익 효과가 있지만 유가가 상승할 경우 긍정 효과가 줄어드는 한계도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유연탄 등 주요 원재료를 전량 수입하는 구조 속에서 환율 급등이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제품가격 전가도 쉽지 않아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부 대형 철강사는 수출 외화를 원자재 구매에 사용하는 ‘내추럴 헤지’로 환율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식품업계 역시 글로벌 곡물·설탕·유지류 가격에 환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환율 10% 상승 시 35억원의 손익 영향이 있다고 밝혔고, CJ제일제당 역시 환율 10% 상승 시 세후 이익이 13억원 줄어든다고 공시했다. 다만 K-푸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수출 증가 효과로 일부 상쇄되고 있다. 업계는 가격 인상 여력이 낮아 내부 비용 효율화·정부의 원자재 관세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고환율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받은 업종으로 꼽힌다. 달러 기준 가격 체계 탓에 백화점보다 비싸지는 ‘면세 역전’ 현상까지 발생해 수요가 감소했다.

여행 트렌드가 체험 중심으로 바뀌며 객단가도 하락했고,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주요 업체들은 희망퇴직과 사업권 반납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형마트는 원가 상승에 대비해 수입육 비축 확대, 계약 물량 조정, 원산지 다변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화장품업계도 원료 수입 부담이 커졌으나 K-뷰티 수출 증가로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제조업 ODM 기업들은 수출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물류비·원자재비 상승으로 실질적 수혜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중소기업계도 고환율 부담이 증대되고 있다.

철강·원유 등 필수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환율 변동을 모니터링하며 경영자금 지원·교육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환율은 구조적 요인이 큰 만큼 단기 정책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팩토리·R&D 지원 등 중장기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산업계에 걸쳐 환율 리스크가 실적과 내년도 경영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들은 헤지 강화, 비용 효율화, 공급망 재조정 등 대응책을 강화하며 과도한 변동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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