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공개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중국의 급격한 석탄 기반 전력 확대가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버검 장관은 생명공학 기업 오할로 제네틱스 최고경영자(CEO)이자 인기 팟캐스트 ‘올인(All-In)’의 공동 진행자 데이비드 프리드버그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난해 94.5기가와트(GW)의 석탄 발전 전력을 새롭게 생산했다”며 “덴버시의 연간 전력 공급량이 1기가와트이니 지난해에만 덴버시 94개 분량의 전력을 새롭게 생산한 셈”이라고 말했다. 94.5기가와트는 캘리포니아주 전체와 뉴욕주 전체를 합친 전력량보다도 많은 규모다.

“中, 덴버시 94개 분량 석탄 전력 생산”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AI를 ‘전력 집약적 산업’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중국은 AI 경쟁의 근간이 되는 전력 기반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면서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미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버검 장관의 경고다.
버검 장관은 석탄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필수적인 기저 부하를 제공하는 데 탁월한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석탄’이라는 말만 들어도 싫어할 수 있지만 전기 관점에서 보면 석탄은 시스템의 지속적 가동에 필요한 전류와 전압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대정전, 재생에너지의 한계”
버검 장관은 최근 발생한 ‘스페인 대정전’ 사례를 들어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12일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일주일 후 ‘100% 재생에너지 공급’을 자축했지만, 그 다음 주에는 (전국적인 정전으로) 사람들이 지하철에 갇히고, 모든 항공편이 취소되고, 병원이 패닉에 빠지고, 전력망 고장으로 전 세계 뉴스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간헐적인 전력만으로는 전력망을 운영할 수 없다. 밤에는 태양이 안 비추고 매일 바람이 불지는 않기 때문에 태양이나 바람의 간헐성에 기반한 전력은 안정적일 수 없다”고 했다.

버검 장관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바이든 정전(Biden blackouts)’이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버검 장관은 “‘지구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간헐적 에너지원에 과도한 보조금을 주고 안정적인 기저 부하 전원(석탄)을 지나치게 규제해 왔다”며 “그 결과 정작 미국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석탄 발전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미국은 전임 행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 탈탄소 정책을 고수해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그린 신종사기’로 규정하며 화석연료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버검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내무부는 지난달 23일 화석연료나 광산 개발에 필요한 정부 인허가 절차를 최대 28일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생물다양성센터 등 환경 단체는 “기업 이익을 위해 환경 규제를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하며 소송을 예고했다. 스페인 대정전 사태가 안정적인 전력망 운용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긴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개발을 막는 이유가 될 수는 없으며 친환경 에너지와 전통적 에너지원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