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깃허브’ 꿈꾸는 공간 혁신가 이주성 아키스케치 대표

2025-04-29

국내 자체 기술로 공간정보 보안 우위 확보

B2C 무료가 B2B 서비스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구축

“내년 IPO 통해 글로벌 유니콘으로 도약할 것”

“가능할까”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태껏 인테리어는 전문가의 손끝과 상상력에 의존했다. 종이에 그려진 도면을 보고 완성될 공간을 상상했다. 재료 샘플 몇 개로 전체 분위기를 가늠했다. 원하는 가구를 배치하고 싶어도 “그건 공간상 어렵습니다”라는 전문가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견적은 불투명했고, 계약 후 추가 비용은 관행처럼 당연시됐다.

하지만 이주성 아키스케치 대표(42)가 들고 온 태블릿에서 펼쳐진 화면은 의심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빈 공간이 완성된 인테리어로 채워졌다. 가구 하나를 다른 위치로 옮기자 조명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더 놀라운 것은 변경될 때마다 실시간 움직이는 견적이었다.

“그동안 인테리어는 전문가의 영역이었고, 소비자는 결과물을 상상만 해야 했죠. 우리는 이 불확실성을 없애고 있습니다.”

서울 성수동 아키스케치 사무실에서 만난 이주성 대표는 인테리어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불투명한 견적과 소비자 불신—을 기술로 해결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회의실 너머로 디자이너들이 모니터 앞에서 3D 모델링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여러 자재 샘플과 색상표가 벽에 걸려있었다.

“저것이 바로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입니다. 상상이 아닌 실제로 보여주는 거죠.”

지난 2018년 설립된 아키스케치는 3D 인테리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프롭테크 기업이다. 국내 대표 상업용부동산 종합서비스 알스퀘어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최근에는 AI를 접목한 3D 인테리어 커뮤니티 모바일 앱을 출시했으며, 내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대비 15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산 기술로 보안 리스크 해소…”중국산 불안이 우리의 기회”

최근 중국 소프트웨어를 통한 국내 공간정보 유출 가능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주성 대표는 회의실 테이블 위 태블릿을 가리키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국내 공간정보는 국내 기술로, 국내 서버에서 안전하게 관리돼야 합니다. 아키스케치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클라우드 서버에만 저장하고, 자체 기술로만 처리합니다.”

그는 고객사와의 계약 단계부터 공간정보관리법 등 관련 법률 준수에 대해 안내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의 중국산 소프트웨어 관련 논란이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아키스케치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고객 불안이 저희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죠. 국내 기술과 서버를 통한 안전한 공간정보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단순한 사진이 아닌, 사람 중심의 디자인 플랫폼”

최근 내놓은 3D 인테리어 커뮤니티 모바일 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의 목소리에 열정이 실렸다. 그는 이 앱이 단순히 예쁜 인테리어 사진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디자이너와 사용자, 브랜드가 함께 소통하는 ‘참여형 디자인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건 ‘디자인의 깃허브’와 같은 것입니다. 코드가 아닌 디자인을 공유하고, 협업하고, 발전시키는 생태계죠.”

특히 그는 ‘가상공간 피드백’, ‘비주얼 제안서 공유’, ‘디자인 실험실’ 등 창작 중심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 플랫폼을 통해 ‘오늘의집’, ‘신세계까사’, ‘듀오백’, ‘LG오브제컬렉션’ 등 유명 브랜드와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인상적인 점은 이 플랫폼이 디자이너에게 창작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3D 디자인 챌린지’를 열어 유명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협업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도 인테리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저희만의 방식이죠.”

“1만원짜리 자재가 10만원에 팔리는 불투명한 시장, AI로 해결”

인테리어 시장의 불투명성은 오랜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주성 대표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두 손을 맞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비자가 가장 불안해하는 건 ‘나만 비싸게 사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입니다. ‘스마트 견적 매칭 시스템’을 통해 자재 원가와 시공 단가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투명한 시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실시간으로 인테리어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면서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신뢰가 형성되고, 계약으로 이어지는 확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관행과는 다르기 때문에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침체기에 한 건이라도 더 수주하는 것이 중요해질 때 거래의 투명함은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B2B SaaS지만 무료 서비스로 시장 확대…연 100만 사용자 중 3.2% 유료 전환”

아키스케치는 B2B SaaS 기업임에도 개인 사용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주성 대표는 이에 대해 “개인의 사용 경험이 곧 B2B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무료 서비스는 개인이 직접 우리 플랫폼의 기능을 체험하고 기업 추천까지 연결되게 만드는 중요한 인입 경로입니다. 연간 100만 사용자의 전환율은 약 3.2%이며, 이 중 다수가 100인 이상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입니다.”

올해 공개될 유료 모델의 핵심은 ‘클라우드 협업툴’, ‘AI 제안서 자동화’, ‘팀 기반 스타일 분석’이라고 한다. 이주성 대표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유의미한 효용을 제공해야 균형이 유지된다”는 철학을 강조했다.

글로벌 확장과 IPO 전략…”디자인의 글로벌 연결망 구축”

아키스케치는 이미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진출했으며, 대만,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주성 대표는 각국의 디자인 취향이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밀도 높은 디테일’, 베트남은 ‘미래형 감성’, 말레이시아는 ‘실용 중심’이 강합니다.”

내년 상장을 준비하면서는 ‘리스크 관리’와 ‘글로벌 컴플라이언스’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상장을 통한 자금 유입은 기술 투자와 해외 진출 확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주성 대표는 2026년까지 북미 시장 거점 구축, 2027년 AI 인테리어 디자인 에이전트 상용화 등의 구체적인 성장 마일스톤을 제시했다.

“단순한 프롭테크 기업이 아니라 인테리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이주성 대표가 건넨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변함없습니다. 그 세상에서는 인테리어가 더 이상 로또가 아닌, 예술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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