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내년이면 프로그램 개발 절반 가량이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으로 이뤄진다”는 전망을 내놨다. 메타가 매년 전 직원 10%를 해고하고 있음을 떠올려 볼 때 의미심장해지는 발언이다.

29일(현지 시간) 저커버그는 AI 콘퍼런스 ‘라마콘’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대담하던 도중 “메타는 내년쯤에는 개발 절반 정도가 사람 대신 AI에 의해 이뤄지고 이후 그 비중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 중”이라며 “때문에 AI 자체를 발전시킬 머신러닝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모든 개발자가 자신의 작은 ‘개발자 AI 에이전트 군단’을 거느린 리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수준의 개발자는 AI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게 되고, AI 자체를 만들거나 프로젝트를 이끌 ‘고급 개발자’ 외에는 수요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나델라 또한 MS 내부 프로그래밍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작성한 코드를 사용하는 ‘수락율’과 ‘코드 리뷰율’를 별도로 추적하고 있다며 “수락율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따라 다르지만 30~40%가량에서 서서히 증가 중으로 이미 MS 코드 저장소 내 20~30% 가량은 AI 등 소프트웨어가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AI 발달에 따른 개발자 대체는 이미 테크계에서 공공연하게 언급되는 사항이다. 실제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최근 미 국회에 출석해 “1년 내 모든 코드가 AI로 작성될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발언은 화자가 저커버그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메타는 호실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매년 총 인력 10%를 물갈이하고 있다. 때문에 메타는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가장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크계 한 관계자는 “저커버그는 타 빅테크의 ‘월급쟁이 CEO’와 달리 창업자로서 메타 내에서 전권을 휘두를 수 있다”며 “개발자 절반이 필요 없다 생각하면 즉각 해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은 ‘호스트’인 저커버그가 질문을 던지고 나델라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나델라는 AI 혁명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저커버그와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그 속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나델라는 “AI 성능 총합은 1년 새 10배가량 개선되고 있고, 사용료가 하락하며 소비 또한 급증하고 있다”면서도 인간 사회가 이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전기가 발견된 후 50년 간 공장에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자동차 또한 포드의 혁명 이전에는 ‘말 없는 마차’ 취급 받았다”며 “AI가 실제 생산성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경영과 업무 방식이 근본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프로그램 설계도를 무료로 공개하는 오픈소스 AI 전략에 대해 공감대를 보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메타는 라마 시리즈로 오픈소스 AI 진영을 이끌고 있으나 MS는 오픈AI 최대 투자사로 클로즈드 소스 AI 진영에 보다 가깝다. 나델라가 MS CEO 취임 후 적극적인 오픈소스 행보를 보여왔던 점과는 대비되는 구도다.
나델라는 “MS에 합류한 후 첫 업무가 서버용 운영체제(OS)인 윈도우NT와 유닉스 간 통합이었고 덕분에 고객이 개방성과 범용성을 원한다는 점을 일찍 깨달을 수 있었다”며 “오픈, 클로즈드 소스 모두 세상에 필요하고 둘 다 수요가 있을 것이기에 독단적인 생각을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나델라가 ‘반 오픈AI’ 진영 선두주자인 메타 AI 콘퍼런스에 등장해 오픈소스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MS·오픈AI 간 갈등설에 힘을 싣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