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주방 자동화에 속속 나서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더해 숙련도 편차, 안전 사고 우려 등이 겹치면서 반복 공정을 로봇이 대체하는 방식으로 매장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다. 현재는 일부 매장에서의 도입 단계지만 향후 유지보수 체계가 정착되면 중소 브랜드까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전국 23개 매장에 총 30대의 조리 로봇을 배치해 운영 중이다. 해당 로봇은 초벌, 재벌, 성형 등 주요 튀김 공정을 수행하며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는 반죽을 입힌 닭을 투입하고 기기 주변을 정리하는 정도로 축소됐다. 반복성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작업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조리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현장 인력의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자동화 흐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bhc는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튀김 로봇 '튀봇'을 작년 6월부터 도입해 30여 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바른치킨은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손잡고 '바른봇'을 개발해 25개 매장에 설치를 완료했다. BBQ 역시 자사 전용 자동화 장비를 개발 중이며 상용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단순 튀김을 넘어 반죽, 소스 도포 등 보다 정밀한 공정까지 자동화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반죽 배합과 도포량, 투입 속도 등을 일정하게 맞춤으로써 제품 간 편차를 줄이고, 정량화된 조리 과정으로 레시피 이행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메뉴 개발이나 신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안전성 향상과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고온의 유증기와 열기에 직접 노출됐던 튀김 공정에서 로봇이 투입되면서 화상이나 미끄럼 사고 위험이 낮아졌고 공정 간 간격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대기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점심·저녁 피크타임에 반복 공정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회전율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심화되는 인력난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주말이나 야간 시간대에 아르바이트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운영을 중단하거나 메뉴를 축소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로봇 도입을 통해 이러한 인력 공백을 보완하고 전체 매장 운영 매뉴얼을 정교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초기 투자 부담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조리 로봇 한 대당 설치 비용이 최대 5000만원에 이르며 유지보수 및 렌털료로 월 150만원 내외가 지속 발생하는 구조다. 예기치 못한 기기 고장이 발생할 경우 대응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실무 현장에서는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매장에 따라 전기 용량 증설, 환기 설비 보완, 주방 동선 재구성 등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며 메뉴마다 상이한 제조 방식에 로봇을 맞추기 위한 커스터마이징도 과제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리 로봇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력난과 품질 관리 이슈가 맞물린 상황에서 매장 운영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 수단"이라며 "최근 구독 기반 렌털 모델이 확산되면서 초기 투자 부담이 낮아지고 있고, 적용 공정이 넓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중소 프랜차이즈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