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생존 인질의 영상을 공개했다. 지하터널에서 삽질중인 모습으로 포착된 그는 “이 무덤이 제가 제가 묻힐 곳”이라며 휴전을 호소했다.
2일(현지시간) 와이넷,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전날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가자지구에 660일 넘게 억류된 에비아타르 다비드(24)다. 그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당일 노바 뮤직 페스티벌에서 납치됐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군사 조직 카삼여사단은 이스라엘 인질의 모습이 담긴 1분 길이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갈비뼈가 앙상해진 다비드와 영양실조에 걸린 가자지구 어린이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고 “점령군(이스라엘) 정부가 그들을 굶기기로 결정했다”는 자막을 띄웠다. 또 “그들은 우리가 먹는 것을 먹고, 우리가 마시는 것을 마신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이날 다비드의 또 다른 영상을 공개했다.
다비드는 땅굴 안에서 종이에 펜으로 그린 달력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카메라를 보고 “며칠간 음식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나와 다른 인질들을 챙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상 말미에 그는 자신이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며 “여기가 내가 묻힐 무덤인 것 같다”라며 땅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하마스 연계 무장조직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인질 롬 브라슬라브스키(21)의 영상을 공개했다. 독일·이스라엘 이중국적인 그는 영상에서 가자지구 기아 위기에 대한 뉴스를 시청하다가 이스라엘 정부에 석방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린다.

다비드의 가족은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요구했다가 입장을 바꿨다. 브라슬라브스키 가족은 일부 이미지만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비드의 누나 야알레는 소셜미디어에서 “영상을 본 누구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며 “에비아타르의 몸 상태를 보고 마치 심장이 100만번 주먹질 당한 것처럼 느꼈다”고 썼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전날 성명을 내고 “총리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가 배포한 영상에 큰 충격을 표했다”며 “또한 납치 가족들에게 모든 인질을 송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