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쟁은 통상 문제로 시작됐지만 결국 국제 금융·통화 질서의 개혁으로 귀결돼야 합니다.
김진표 글로벌혁신연구원 이사장(전 국회의장)은 29일 '제2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을 계기로 진행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국제 금융 질서의 구조적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원자재와 법정통화 등 각국의 자산을 복합 담보로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 형태의 새로운 기축통화, '디지털 방코르'(Digital Bancor)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글로벌 관세 전쟁의 구조적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고평가가 미국의 무역·재정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1971년 '닉슨 쇼크'와 1985년 '플라자 합의'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다. 최근의 관세 전쟁도 통상 이슈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국제 통화 시스템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반복적 위기다.

새로운 기축통화가 대안이 될 수 있나?
미국 국채의 만기 구조 개편이나 외환보유고의 다변화 같은 단기 과제와 함께 디지털 방코르 중심의 장기적 국제통화 체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금융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달러를 보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배제된 구조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쉽게 포기할까?
미국도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기축통화국은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을 공급해야하는 딜레마)로 반복되는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마러라고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가운데, 미국 역시 체제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 주요국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통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7월 9일까지 관세 협상 '줄라이 패키지'가 필요한데 준비가 빠듯하지 않나?
6월 3일 신정부 출범 직후 관세 패키지를 준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 측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시간을 요청하면 일정 부분 수용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협상 실무진은 대선 이후에도 가급적 유지해 연속성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대미 무역흑자가 과대 평가됐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실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의 상당 부분은 미국 내 제조업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졌다. 또 한국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신설하는 '그린필드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나가는 중간재·원자재가 수출로 집계돼 수치가 부풀려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문제 삼을 가능성은?
2017년에도 트럼프가 한·미 FTA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나는 직접 미국 의회를 찾아가 FTA는 상호 호혜적이라는 점을 설득한 경험이 있다. FTA는 미국에도 일자리 확대 등 실질적인 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한·미 FTA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한·미 간 경제협력 가능성이 큰 분야는?
조선과 원전이다. 인공지능(AI) 시대는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요구하는데 한·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미국은 조선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