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내내 잠잠했던 모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 모기활동지수가 40일 만에 ‘주의’ 단계로 올라서면서, 초가을 모기주의보가 발령됐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6일 모기활동지수는 50.5로 예보단계 3단계(주의)에 진입했다. 이는 지난 7월 31일 이후 40일 만이다.
모기예보는 △1단계(쾌적) △2단계(관심) △3단계(주의) △4단계(불쾌)로 구분되며 3단계는 집 안에서도 하루 2~4마리의 모기를, 4단계는 5~10마리의 모기를 볼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앞서 8월만 해도 모기 발생은 주춤했다. 서울시 모기활동지수는 지난달 1∼29일 평균 37.3으로 모기예보 2단계 ‘중(中)’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46.8, 2단계 ‘상’)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곤충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모기 생존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기는 기온이 26도일 때 평균 3주가량 생존하지만 30도에서는 2주, 36도를 넘으면 5일로 수명이 줄어든다. 또 폭우가 내리면 번식지인 물웅덩이가 쓸려 내려가 개체수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폭염과 폭우가 잦아들고 기온이 모기 활동에 가장 적합한 26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9월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디지털 모기측정기(DMS) 자료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7∼23일) 채집된 모기 수는 1만3569마리로 전년 동기(1만1824마리)보다 오히려 많았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초가을로 넘어가면서 평균기온이 모기가 가장 활동하기 좋은 26도 안팎으로 떨어지면 활동성도 올라가고 개체수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변(물가) 지역은 이미 포화상태다. 서울시 수변부 모기예방지수는 9일 기준 100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2단계였던 수변부 지수는 9월 들어 연일 모기발생단계 4단계(불쾌)에 머물고 있다. 수변부는 모기 서식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이곳에서 발생한 모기는 1~2주 내 도심과 주거지역으로 확산되는 특성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을 모기’ 현상이 초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11월 하순까지 모기 출몰이 보고됐다.
봄철에도 평균기온 상승과 잦은 강수로 모기 활동 시기가 앞당겨지는 추세다. 결국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계절에서 모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전염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모기는 뎅기열,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각종 감염병의 주요 매개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기온이 1도 오를 때 쓰쓰가무시증, 말라리아 등 주요 전염병 발생률이 평균 4.27%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인간뿐 아니라 가축에게도 ‘럼피스킨병’과 같은 전염병이 확산될 위험이 커진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감염병 매개체 감시·방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권역별 감시 거점을 확대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기후위기 시대에 감염병 매개체의 위협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중장기 계획을 통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전파성 감염병 위험을 줄이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