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고싶어" 절규하는 거대한 두상을 만나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서울포럼 2025]

2025-05-27

27일 ‘서울 포럼 2025’가 열리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1층 로비. 거대한 인간의 두상이 호텔 로비 바닥에 놓였다. 삼삼오오 참가자들이 거대한 두상을 둘러쌌다. 사람들이 말을 걸면 눈동자를 굴리고 입을 벌려 대답도 한다. 한 참가자가 안녕하고 말을 걸자 “나는 당신을 보고 있어요. 하지만 왜 나는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을까요”라고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어 “정말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창백한 색감이 전달하는 차가운 이미지와 기계 목소리로 전해진 인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불쾌한 골짜기’를 연상하게 한다.

이날 로보틱스와 AI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포럼을 찾은 참가자들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섞인 미래를 잠시 경험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이 인간의 삶과 소통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지에 대해서도 성찰할 기회가 주어진 것. 노진아 작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제작한 인터랙티브 조각 ‘히페리온의 속도’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로봇과 소통 부재로 고립된 현대인이 만나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 참가자는 “소통 부재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되지만 로봇을 위로하는 게 어색한 마음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말하는 두상에 이어 참가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건 70센티미터(CM) 사족보행 로봇의 화려한 덤블링이었다. 소형 시베리안 허스키를 연상하게 하는 유니트리의 사족 보행 로봇 G02는 관람객 사이를 거침 없이 뛰어 다니며 몸을 구르고 뒤로 뒤집는 동작을 선보였다. 방전된 것처럼 바닥에 웅크리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메뚜기처럼 도약하거나 물구나무를 서고 덤블링을 하는 등 15가지의 동작을 선보였다. 모든 동작은 게임기처럼 조이스틱으로 쉽게 조절이 가능했다. 무게 중심을 잘 갖춰야 하고 모터의 성능이 좋아야만 구현이 가능한 동작들이다보니 참가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동작이 펼쳐지니 공격적이라고 느끼는 참가자도 있었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안정적 걸음걸이나 자유자재로 동작을 변형하는 게 인상적”이라며 “몇몇 동작은 굉장히 고난도라 눈길이 갔다”고 말했다.

포럼 입장에 앞서 마주하는 대형 패널에는 조선의 전통 회화를 디지털 기술로 재탄생시킨 미디어아트가 시선을 잡아 끌었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새들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달밤에 남녀가 밀회를 나눈다.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국보급 문화유산인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과 겸재 정선의 ‘관동명승첩’ 속 그림들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살아 움직인다. 감상을 끝낸 참가자들은 사진을 찍으면 AI를 기반으로 신윤복 화풍으로 자신의 모습을 현상해주는 카메라 앞에서 각자 사진을 한 장씩 기념으로 찍고 나눠가졌다. 한 참가자는 “지브리 스타일만 보다가 신윤복 스타일로 그려진 모습을 보니 새롭다”며 “전생을 보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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