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10%, 헬스케어 빚 1만불 넘어
50세 이상 절반 카드 의료 부채 3000달러

은퇴한 고령자의 의료비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메디케어가 6600만 명 이상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65세 은퇴자가 노후에 예상되는 본인 부담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약 16만5000달러가 필요하다.
카이저 가족재단(KFF)의 연구에 따르면, 의료비 부채가 있는 65세 이상 10명 가운데 1명은 1만 달러 이상의 빚을 안고 있다. KFF의 트리샤 뉴먼 수석 부사장은 "충격적인 수치"라고 놀라워했다. 뉴먼 수석 부사장은 "메디케어 수혜자의 절반은 연소득이 3만5000달러 이하인데 이들에게 1만 달러의 의료비 부채는 매우 큰 부담이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비 부채는 신용카드 빚과 병원 미납급도 있지만 가족에게 빌린 것도 있다.
의료비 부채는 진단 검사와 치과 치료, 외래 진료, 메디케어에서 보장하지 않는 장기 요양 서비스 등에서 발생한다. 메디케어는 일반적으로 진료비의 2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뉴먼 수석 부사장은 "스스로 돌볼 수 없거나 가족이 24시간 함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돌봄 비용이 특히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부채의 주요 원인의 하나도 의료비다. 나이가 많을수록 카드로 빌린 의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비영리 단체인 웨스트 헬스와 여론 조사기관 갤럽이 공동 운영하는 웨스트헬스-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의료비 때문에 돈을 빌린 50세 이상 가운데 절반은 이로 인한 카드 빚이 약 3000달러였다. 반면, 30~49세는 750달러가, 18~29세는 300달러가 중간값이었다.
AARP의 로리 트라윈스키 금융.고용 수석 디렉터는 "나이가 들수록 치과와 안과, 처방약, 진료비 등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며 "이 비용이 주로 신용카드로 결제되면서 빚이 이월되고 연 20% 이상의 고금리가 적용돼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FF에 따르면, 많은 메디케어 수혜자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나 처방약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대체 수단을 찾고 있다.
보스턴칼리지 은퇴연구센터(CRR)의 안치 첸 연구원은 10만 달러 이상의 투자 자산을 보유한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부분이 의료비 충격에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메디케어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가 요양원이나 생활 지원 시설의 장기 요양 비용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고령자 주택.돌봄 투자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활 지원 시설의 아파트 평균 비용은 연간 7만4148달러나 됐으며 치매 환자용 시설은 9만4000달러를 넘었다. 첸 연구원은 "이 정도의 의료비 충격은 한 가정의 재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80%는 장기 요양을 해야 하며 이 가운데 약 20%는 3년 이상의 고강도 요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비 충격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의료비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를 연간 생활비 예산에 포함해야 한다. 비상자금 항목에도 예상치 못한 의료비를 넣는 것이 좋다.
메디케어 웹사이트의 플랜 파인더 도구를 활용해 다양한 플랜을 비교해 내게 적합한 것을 찾아볼 수도 있다. 저소득층은 '추가 도움(Extra Help)' 프로그램을 이용해 파트D 프리미엄과 공제액, 약값 상한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1:1로 물어볼 수 있는 건강보험 상담 서비스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의료비 부담이 크다면 의사에게 저렴한 대체 약품이나 비용이 적게 드는 검사 기관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의사가 특정한 검사를 받으라고 할 때는 검사 목적과 어느 정도 필요한지 물어보고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지 한 번 생각해 본다.
청구서를 잘 보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 청구서가 오면 필요에 따라 항목별 명세서를 요청해 잘못 청구한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비용이 부담되면 낮은 금리로 분할 납부를 요구한다.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면 재정 설계사와 함께 자산과 현금 흐름, 유동성 등을 검토해 투자 계획을 조정해 대비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비영리 신용 상담소에서 의료비로 인한 신용카드 부채를 협상할 수 있다. 연방 법무부 웹사이트에 승인된 기관 목록이 있다.
전국신용상담재단(NFCC)이나 그린패스 파이낸스 웰니스, MMI 등에서는 신용카드 부채에 의료비가 있으면 카드사와 협상이나 의료비를 통합 상환 계획(DMP)에 포함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 상담을 할 때는 신용카드 빚에 의료비가 있다는 점을 꼭 밝혀야 적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상담은 대부분 무료지만 DMP 서비스는 월 30~50달러의 수수료가 들 수 있다. DMP를 할 경우 일시적으로 크레딧 점수가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이들 기관들은 의료기관에 미납금이 있을 경우 병원과 협상하는 것도 도와준다.
크레딧 점수와 관련해 메이저 신용 평가기관에서 공동 운영하는 'Annualcreditreport.com'에서 연 1회 무료로 제공하는 신용 보고서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의료비 부채를 신용 보고서에서 제외하고 대출에 의료 정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만약 의료비 부채로 크레딧 점수가 낮아졌다면 정정을 요청하면 된다.
은퇴 계좌는 비상시에 활용하기 좋다. 59.5세 이상이면 세금을 연기해 주는 은퇴 계좌에서 벌금 없이 인출할 수 있다. 단, 인출액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과 은퇴 자산이 줄고 장기 투자 수익이 감소하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건강 저축 계좌(HSA)가 있고 은퇴하지 않았다면 납입액을 최대한 늘리면 미래의 비용에 대비할 수 있다.
이 모든 방법이 안 된다면 파산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 본다. 파산은 전문 변호사와 상담해 연금과 401(k), 소셜연금 등 연방법상 면책 대상 자산의 범위를 확인하고 결정해야 한다.
안유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