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받는 금액은 전체 절반을 넘었으며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2024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조3000억원(12.9%)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긴 건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 214조6000억원, 확정기여형·기업형IRP(DC) 118조4000억원, 개인형IRP(IRP) 98조7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IRP의 비중은 2022년 17.2%에서 지난해 22.9%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퇴직연금을 받기 시작한 57만3000개 계좌 중 수령 형태를 비교하면, 연금 방식을 택한 비율은 13.0%로 전년(10.4%) 대비 2.6%포인트 증가했다. 비중은 여전히 일시금이 높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총 수령금액 19조2000억원 중 57%에 해당하는 10조9000억원이 연금으로 받아 일시금 비중을 뛰어넘었다.
운용 방법 면에서 이전보다 투자 성향이 강해진 것이 특징이다. 여전히 원리금보장형(대기성자금 포함)이 356조5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82.6%를 차지했지만, DC와 IRP 중심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금액도 7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3% 늘었다.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이 3.67%, 실적배당형이 9.96%를 기록했다. 특히 실적배당형 상품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4.77%를 기록했다. 전년 5.26%보다 감소했지만 최근 5년 및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인 2.86%, 2.31%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제도별 수익률은 확정급여형 4.04%, 확정기여형 5.18%, IRP 5.86%로 집계됐다. 운용 주체가 회사가 아닌 개인이고,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제도일수록 수익률이 더 높았다.
금감원과 노동부는 “과거에 비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가입자를 위해 디폴트 옵션 제도(투자 성향에 맞춰 사전 설정 운용)와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