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을 국가대표 산업 AI 꼭 찍었다…국민 참여 100조원 펀드 만든다 [경제성장전략]

2025-08-22

정부가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을 국가 성장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인구 충격으로 인한 성장 둔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을 반전시킬 유일한 해법이 AI라는 판단에서다. 기업·공공·일상 전반에 걸쳐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10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혁신 성장의 마중물로 삼는다.

정부가 22일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5년간 추진할 경제 정책의 청사진이다.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 비전 아래 ▶기술선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이란 3대 축이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선도 성장을 위한 해법으로 정부는 'AI 대전환'을 앞세웠다.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기업·대학이 참여하는 추진단을 꾸려 로봇·자동차·선박·가전·드론·팩토리·반도체 등 7대 선도 프로젝트를 즉시 가동한다. 핵심 기술 개발과 연구개발(R&D) 투자, 실증과 규제 완화를 묶은 패키지 지원으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공공 부문도 복지·고용, 납세 관리, 신약 심사 등 3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전 업무에 AI를 도입한다.

AI 시대의 핵심인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 개편에도 나선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한글처럼 익혀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AI 한글화’를 추진한다. 최고급 인재의 국내 정착을 위해 높은 급여와 병역 특례 등 파격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석학과 신진급 해외 인재 2000명 유치 프로젝트도 병행한다.

AI 시대의 ‘쌀’로 불리는 데이터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과감히 개방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안심 구역을 조성하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낮은 가명 데이터 개방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AI를 성장 전략의 핵심에 둔 것은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응할 유일한 해법이 AI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3%대에서 올해 1% 후반으로 떨어졌으며 2040년께는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사상 처음 네 분기 연속 0% 안팎 성장에 그치며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다.

한국은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1990년대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를 이을 차세대 산업을 제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주력 산업에서 중국에 추월을 허용했고,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1990년대 이후 설립된 기업은 단 1곳에 불과하다. 추격형 모델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유일한 국가가 됐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때마침 AI 시대가 도래했고, 우리 경제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AI 대전환과 함께 SiC 전력반도체, 초전도체, 차세대 전력망, K-바이오 등 15개 초혁신경제 프로젝트를 선정해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분야별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대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주관 부처와 기업 등이 참여하는 추진단을 본격 가동한다.

정부는 과감한 투자를 위해 10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 일반 국민의 공모자금과 금융회사·연기금이 참여하는 ‘미래성장펀드’, 산업은행이 신설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을 기반으로 한 ‘첨단혁신산업펀드’가 각각 5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국민도 투자를 통해 성장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투자 대상은 AI 등 미래전략사업과 에너지 인프라·관련 기술·벤처기업이며, AI 산업에는 별도의 지원 규모를 배정한다.

이번 전략에는 지역 균형 성장 방안도 담겼다. 수도권 집중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 체계 전반을 지방 우대 방향으로 설계했다. 정부는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 프로젝트를 지역별 성장 엔진과 연계해 동남권은 자동차·조선, 서남권은 재생에너지·식품 산업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또 ‘K-지역관광 토털 패키지’를 신설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올해 3조8000억원 규모인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를 내년 10조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부진한 내수 회복을 위해 소상공인 부담 완화 등 민생 안정 대책도 내놨다. 전국 200개 대학이 참여 중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7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등에 제공하는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도 늘린다. 청년·국민·어르신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액의 20~53.3%를 환급하는 교통비 패스를 도입하고, 무주택 청년 월세 특별지원 등 주거 안정 대책도 추진한다.

소상공인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대환대출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가계대출 한도를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다. 임대료 인하액의 최대 70%를 지원하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는 2028년까지 연장하며, 소득공제 대상인 노란우산공제 납입 한도는 분기 300만원에서 연 1800만원으로 확대한다.

또한 정부는 과도한 기업 경제 형벌 규정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선의의 사업주에 대해서는 민사적·금전적 책임은 강화하되 형사 책임은 완화하는 방향이다. 배임죄 개선 논의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정부가 통상 내놓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대체하는 개념이다. 새 정부 첫 발표인 만큼 예년과 달리 단년간 추진할 정책보다는 장기 과제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성장 정체와 무역 환경 변화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AI로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겠다는 건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여전히 AI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인 만큼, 사업별·단계별로 성과와 진행 상황을 꼼꼼히 챙기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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