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려지기도 힘든데···대학 총학생회 선거 ‘부정투표’로 무효, 대학가엔 어떤 일이?

2025-12-15

경희대 이어 연세대서 ‘총학 선거’ 이슈

서울권 4년제 33개 대학 중 19곳만 성사

입후보자 없거나 개표 기준 미달도 태반

“정치 등 공적 영역 무관심 갈수록 심각

선거제 쉽게 오남용, 사회적 손실 불러”

경희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부정 논란’으로 잇달아 무효 처리됐다. 저조한 투표율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일부 구성원이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다 적발됐다. 대학가에서는 학생자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는 15일 ‘선거 부정으로 인한 선거운동본부 자격 박탈’을 이유로총학생회 당선 무효를 공고했다. 최종 당선된 선거운동본부의 정·부후보 등이 총동아리연합회(총동연)관계자와 만나 총동연 회원에게 투표 독려문자를 보내는 등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개표할 수 있는 만큼 저조한 투표율을 제고해 개표를 성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선관위는 해당 선본 측과 총동연 측이 당선을 목표로 역할 분담, 전략 수립 등을 함께 진행한 것이라며 선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한 행위로 판단해 지난 11일 해당 선본 측에 경고 조치했다. 이에 더해 해당 선본 측이 중선관위 위원과도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선거 무산 결정까지 내렸다. 선거 최종 투표율은 50.57%로 개표 요건을 간신히 넘겼다.

앞서 경희대에서도 부정 선거로 총학생회 투표가 무효 처리됐다. 지난달 진행된 경희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선거에서 당선 선본 소속 투표 참관인이 선관위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선관위 노트북을 조작해 다수 학생 명의로 대리 투표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희대 중선관위는 “투표하지 않았는데 투표된 것으로 기록됐다”는 신고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고, 최소 4건에서 최대 13건의 부정 투표 정황을 확인했다. 당시 투표율은 62.68%였다.

학생들의 학내 정치에 대한 낮은 관심이 선거 부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 대다수는 총학생회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문과대 재학생 A씨는 “크게 관심이 없어 투표하지 않았다”며 “학생들끼리 총학 얘기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문과대 재학생 안모씨도 “총학생회든 비상대책위원회든 체감상 큰 차이가 없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 허무주의가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박준형씨(19)는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무효가 되는 게 맞다”면서도 “총학생회가 나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 무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소재 4년제 종합대학 33곳 가운데 총학생회가 꾸려진 곳은 19곳뿐이다. 서울대·고려대·서울시립대·한국외국어대·숙명여대 등은 입후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과학기술대는 투표율 34.87%로 개표 기준(40%)에 미치지 못했고, 한양대는 단수 후보자가 68.12%를 득표했으나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넘지 못했다. 한양대의 투표율은 36.56%에 불과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가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선거 제도는 쉽게 오남용될 수 있다”며 “사회적 자본과 감시 구조가 약화하면 작은 조직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학생회는 청년들이 민주주의와 정치 과정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공간인 만큼, 대중과 유권자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장이 돼야 한다”며 “대학 차원에서도 민주시민 교육과 공적 영역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문제의 본질은 과도한 개인주의와 사회적 자본의 붕괴”라며 “의무교육은 입시 중심으로, 대학 교육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변하면서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약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눈앞의 개인적 이익만을 좇아 정치에 무관심해질수록 그 부담은 결국 사회 전체의 손실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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