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우방 벨라루스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정치범과 외국인 123명을 사면·석방했다. 서방 국가 사이에서 고립된 상태를 벗어나려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미국의 셈법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국가 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합의와 그의 요청에 따라 간첩, 테러, 극단주의 활동 등 각종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123명의 여러 국가 국민을 사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같은 석방 규모는 양국 간 협상이 개시된 이후 최대이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이번 사면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벨라루스의 칼륨 산업에 부과한 불법 제재 및 기타 불법 제재 해제 절차의 실질적 이행과 관련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벨라루스는 칼륨 비료의 세계 최대 생산국 중 하나다.
이번 사면 대상자 중엔 2022년 옥중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권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포함됐다고 AP 통신 등은 전했다. 비알리아츠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에 맞서 온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다.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 빅타르 바바리카 등도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미국,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호주, 일본 국적자도 풀려나게 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비알리아츠키의 석방 소식에 “그의 자유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었다”며 “깊은 안도감과 기쁨을 느낀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벨라루스에는 여전히 1200명 이상의 정치범이 수감 중”이라며 이들의 전원 석방과 인권운동가들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을 당국을 향해 촉구했다.
벨라루스의 사면 조치는 미국과 벨라루스 간 관계 개선 움직임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뤄졌다. 가디언은 이번 사면이 “루카셴코 정권이 서방과 관계 개선을 위해 시도해 온 더 큰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짚었다. 벨라루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의 우방국으로, 그간 폭력적 시위 진압을 포함한 인권 탄압,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지지하는 행태 등을 이유로 서방 국가들로부터 꾸준히 제재를 받으며 고립돼 왔다.
역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루카셴코를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떼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존 콜은 전날 벨라루스를 방문해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이날 “우리는 제재를 해제하고, 수감자를 석방하고 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양국 간 관계 정상화가 목표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현지 벨타 통신사를 인용해 전했다.
AP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지난해 7월 이래 수감자 수백명을 석방한 상태다. 지난 9월 콜 특사가 벨라루스를 방문했을 당시엔 루카셴코 대통령이 정치범 포함 52명의 수감자를 사면했고, 미국은 그 대가로 벨라루스 항공사 벨라비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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