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파고드는 AI, 공정성·사생활·책임성 등 가이드라인 필요…윤보영 교수 강호석 감독 등 논문 게재

2025-05-08

최근 스포츠 산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계와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성의과학대학교 바이오헬스케어학과 윤보영 교수 연구팀(국립재활원 김재학 박사, 화성의과학대학교 김장현 교수, 대한스쿼시연맹 강호석 감독)은 ‘스포츠에서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윤리적 함의 : 체계적 스코핑 리뷰(Ethical im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sport: A systematic scoping review)’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썼다.

연구팀은 AI와 스포츠 윤리 문제에 대한 학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9개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총 397건의 문헌을 분석하고, 이 중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25편 논문을 중심으로 체계적 스코핑 리뷰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AI 기술의 스포츠 적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윤리적 문제는 ▲공정성과 편향성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윤리 ▲책임소재의 불명확성 등 네 가지로 요약됐다. AI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은 성별, 인종, 연령에 따른 불균형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공정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핵심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실제로 선수 선발, 출전 기회 제공, 경기 전략 결정 등에 있어 과거의 차별적 구조가 AI를 통해 재생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AI의 의사결정 과정이 이른바 ‘블랙박스’처럼 작동하면서, 경기 결과나 판단에 대해 설명할 수 없고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점도 문제”라며 “이는 심판 판정 오류, 경기 전략 실패, AI 기반 승부 조작 등 스포츠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웨어러블 기기와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수집되는 민감한 생체 정보 역시 윤리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심박수, 체온, 근육 반응 등 선수의 건강 상태 및 경기력을 좌우하는 정보는 AI 분석에 유용하지만, 동의 없는 수집이나 제3자 제공, 데이터 유출 등의 문제로 선수의 사생활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미국 건강정보보호법(HIPAA)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보호 체계 없이 수집·활용되는 생체정보는 향후 스포츠계의 법적 분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가 경기 중 부적절한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이 개발자, 운영자, 코치, 심판 중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할 수 없는 상황은 윤리적 불확실성의 정점이다. 이는 향후 법적 책임 공방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스포츠 조직 전체의 공공성과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연구팀은 “AI 기술이 스포츠를 지원하는 도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이 선행되어야 하며, 기술 개발자와 정책 입안자, 현장 전문가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AI 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 사용은 선수 개개인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공정성, 투명성, 프라이버시를 기반으로 한 윤리 프레임워크가 국제적 수준에서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총괄한 윤보영 교수는 “AI가 스포츠 산업 전반에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 기술이 건강하고 책임 있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윤리 규범과 실천 가능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대한스쿼시연맹 강호석 감독은 “AI는 선수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고 지도자의 전략을 고도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인간 중심 스포츠 철학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AI가 인간의 결정을 보완하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선수,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윤리적 기준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은 스포츠 과학 분야 세계 정상급 학술지 ‘저널 오브 스포츠 앤 헬스 사이언스(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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