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에 흔들리는 '배민다움'…배달 시장 1위 뺏기나

2025-05-06

배달 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배달의민족이 위기에 직면했다. 2위인 쿠팡이츠가 가파르게 추격하는 가운데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 여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의 가파른 상승세 속에 올해 하반기에는 배달 시장 1위 자리가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044만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4월 쿠팡이츠의 MAU가 684만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6.3% 증가했다. 지난 4월 배민의 MAU는 2175만명으로 지난해 4월(2174만명)과 비교해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배달 업계에서는 실제 배민의 주문 수가 전체 배달 시장의 50~60%, 쿠팡이츠가 30~40%를 점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미 수도권에서는 양사가 비슷한 주문 수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면 올해 하반기 실제 주문 수에서는 쿠팡이츠가 역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모회사인 DH에 과도한 배당으로 배민의 투자여력 또한 약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영업이익 4241억원으로 첫 흑자 전환한 이후 2023년 영업이익 6999억원, 지난해 640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DH에 4127억원을 배당했고, 지난해에는 5372억원을 자기주식 취득 방식으로 소각했다. 지난 2년 간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모회사에 돌려준 셈이다.

최근 상생을 상징하는 배민의 문화도 효율성 위주로 바뀌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초 서울 송파구 사무실 곳곳에 붙어있던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 팸플릿을 '우아한 일원칙'으로 바꿨다. 2015년 제정된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은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 등 실천지침을 담았다. 업무 효율성과 동시에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이른바 '배민다움'을 대표했다.

하지만 올해 초 김범석 대표 취임 이후 도입한 우아한 일원칙은 “속도는 곧 경쟁력” “적당히는 적당하지 않다” 등 효율성을 강조하는 문구 위주로 구성됐다. DH에 인수된 이후 상생보다는 효율을 추구하는 최근의 바뀐 분위기를 상징한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배민이 자체개발한 '배민커넥트'를 DH의 '로드러너'로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로드러너는 DH가 개발한 배달 라이더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DH 계열사들이 활용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오산시에서 로드러너를 첫 테스트했다. 지난달부터는 경기 화성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DH가 글로벌 계열사에 도입하는 앱인 만큼 하지만 차츰 로드러너의 적용 지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드러너 사용이 확대되면 우아한형제들이 DH에 수수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요기요는 DH 산하에 있던 2022년까지 로드러너를 사용하면서 DH에 수수료를 지급한 바 있다. 또한 로드러너는 일반 사용자도 스케줄 예약 없이 즉시 접속·종료가 가능한 배민커넥트와 달리 라이더가 원하는 운행 시간을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파트 타이머로 배달을 수행하던 배민 커넥트의 근본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DH가 배민의 디자인적, 마케팅적 요소도 지워나가며 효율이랑 생산성만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