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을 한 달 앞두고 지수 구성 종목의 대거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LIG넥스원·한국금융지주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 다수가 여전히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거래소가 어떤 기준으로 편출입 여부를 결정할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5개 종목 중 47개 기업이 아직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IG넥스원·오리온·한국금융지주·클래시스·포스코DX·엔씨소프트·에스엠·제일기획·팬오션 등 주요 기업들이 편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거래소는 당초 “올해 4월까지 밸류업 공시를 완료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6월 리밸런싱에 반영하겠다”며 “지수 구성 종목도 105개에서 100개로 줄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반면 밸류업 공시는 했지만 현재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은 88개 종목이다. 시총 기준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HD현대중공업·POSCO홀딩스·HD한국조선해양·LG화학·SK이노베이션·IBK기업은행·LG전자 등이 포함된다. 거래소가 예고한 대로 리밸런싱이 단행될 경우 기존 구성 종목의 절반 가까이가 탈락하고 이들 기업이 새롭게 들어오는 지수의 ‘대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문제는 밸류업 지수가 시가총액·자기자본이익률(ROE)·당기순이익 등 정량 지표를 기준으로 구성되지만 밸류업 공시 여부가 실제로 지수 편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지수 발표 당시 “공시 이행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올해는 공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내년부터 공시 중심으로 채우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완화했다. 단순 공시만으로 점수를 얼마나 받는 것인지, 정량 지표가 미달이어도 공시를 하면 편입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반영 방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밸류업 지수가 애초부터 주주 환원 유도라는 정책적 목적에 맞춰 설계되면서 시장 대표성과 투자 지표로서의 연속성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지수 내 비중이 10%를 넘는 초대형 종목이다. 밸류업 공시는 하지 않았지만 배당성향이 높고 자사주 소각 등도 꾸준히 해온 만큼 주주 환원에 실질적 기여를 해온 사례로 꼽힌다. 국내 증시의 대표성, 상장지수펀드(ETF) 영향력, 외국인 보유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거래소 입장에서도 편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예외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거래소는 과거에도 SK하이닉스를 수익성 요건 미충족에도 특례로 편입했고 KB금융·하나금융지주·현대모비스 등은 특별 리밸런싱을 통해 예외적으로 지수에 포함시킨 바 있다.
오락가락하는 지수 구성 기준에 시장의 관심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출시 이후 이날까지 개인 순매수액을 보면 ‘KODEX 코리아밸류업’ ETF가 63억 원, ‘ACE 코리아밸류업’ ETF가 1억 원, ‘KIWOOM 코리아밸류업’ ETF는 3억 원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수 구성 기준 불확실성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게 해 상품으로써 투자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어떤 종목이 들어가고 빠지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ETF 신뢰도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