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브’, ‘바세린’, ‘폰즈’.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세 개의 브랜드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가 한국에서 전개하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1985년 합작법인(JV) 형태로 처음 한국에 발을 들인 유니레버는 진출 40년을 맞아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용권 유니레버코리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10% 증가한 24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미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만큼 현실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04년 유니레버코리아에 입사한 지 대표는 사업개발에서부터 직판 영업, 고객 마케팅, 수출, 영업 총괄 등 다양한 직무를 거쳐 2023년 9월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 대표 취임 후 유니레버코리아는 호실적을 내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액이 2181억 원으로 전년(1290억 원) 대비 약 70%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6억 원으로 244%나 급증했다. 유니레버코리아가 200년대 초반부터 2022년까지 대체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지 대표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브랜드 리빌딩이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국내에 출시됐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섬유유연제 ‘스너글’이 대표적이다. 지 대표는 스너글을 올리브영에 입점시키고 서울패션위크에서 팝업 부스를 여는 등의 파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는데, 그 결과 스너글은 현재 전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약 1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매출이 급증했다. 지 대표는 섬유유연제를 넘어 섬유탈취제, 룸스프레이, 세탁세제 등으로 스너글의 라인업을 넓혔는데, 섬유탈취제의 시장 점유율도 16% 상당으로 긍정적이다. 지 대표는 “지난해 서울패션위크 팝업 부스에서 스너글의 마스코트인 ‘스너곰’이 마치 런웨이를 하는 듯한 행사를 벌이며 ‘화학물질이 아닌 포근하고 우아한 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이처럼 한국시장에서 스너글이 성공하면서 중국법인과 일본법인에서도 스너글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기업인만큼 수출이 전무할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유니레버코리아는 수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바세린 립밤 스틱’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으며, 연 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지난해 약 6000만 개를 미국 등 44개국에 수출했는데 올해는 7000만 개로 수출량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올해 수출액만 38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유니레버코리아는 내년부터 신규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내놓으며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에서는 웰빙시장의 성장성이 큰 만큼 현재 직구로만 구매할 수 있는 비타민 브랜드 ‘올리(OLLY)’ 등이 첫 론칭 대상이 될 예정이다. ‘D2C(소비자 대상 직접판매) 사업'도 전개한다. 현실적으로 유니레버가 보유한 400여 개의 브랜드를 모두 국내에 들여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들에 대한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고객이 유니레버의 모든 브랜드를 편리하게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 대표는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 판매되는 특정 드레싱을 한국에서 정식 론칭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니즈가 있을지 등 사업성을 다방면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브랜드 론칭이 쉽지 않다”며 “유니레버코리아의 D2C 플랫폼에 가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니레버가 갖춘 모든 브랜드를 소개하고 직구 형태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