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고령 운전자와 음주운전자를 겨냥한 강력한 규제에 착수한다.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3년마다 시력검사를 의무화하고 기준 미달 시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매년 160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2만 8000명가량이 중상을 입는 현실이 장기간 개선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는 크게 줄었지만 이후 10여 년간 통계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사망자·부상자 치료로만 연간 약 20억 파운드(한화 약 3조 7000억 원)의 국민보건서비스(NHS) 예산이 쓰이고 있다는 점도 정책 추진 배경이다. 노동당 관계자는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매년 1600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했다.
특히 음주운전의 심각성이 커졌다. 2022년 영국의 음주운전 사망자는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존 대책이 무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혈중 알코올 허용치를 호흡 100㎖당 35㎍(마이크로그램)에서 22㎍으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기준은 이미 스코틀랜드와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적용 중이며 현재 영국만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시력 문제를 운전자 본인 신고에만 의존해왔다. 정부는 이를 폐지하고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3년마다 시력검사를 의무화해 불합격 시 면허를 박탈하는 강수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마약운전 단속도 강화된다. 도로변에서 실시하는 타액 검사 결과만으로도 기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현재보다 신속한 처벌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운전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이유다.
하이디 알렉산더 영국 교통부 장관은 "10년 만에 첫 도로 안전 전략을 수립해 법 위반자 처벌을 강화하고 모든 도로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가을에 공식 발표되며 공청회와 검토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한편, 한국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7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3년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해야 한다. 이들은 전국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약 10∼15분 소요되는 인지선별검사(CIST)를 받은 뒤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온라인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CIST 검사의 합격률은 90%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