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은 2025시즌 마치 ‘야구 도시’ 같았다. 새로 개장한 한화생명 볼파크에는 시즌내내 한화의 ‘가을야구’를 볼 수 있을거란 기대와 희망에 찬 발걸음으로 매 경기 채워졌다. 한화의 마지막 우승은 1999년에 멈춰 있다.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만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이후 한국시리즈에 오른 것도 ‘괴물신인’ 류현진이 등장한 2006년이 마지막이었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 키움전 승리로 ‘5강’에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한 자리를 예약했다. 2018시즌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뒤 7년 만의 경사다. 늘 ‘가을야구’ 들러리였던 한화는 올해 최소 2위를 확보하고선 LG와 정규리그 선두 경쟁을 이어가며 ‘주인공’을 꿈꾼다.
오랜 암흑기를 지나온 한화에게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마운드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상위권을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로 이어지는 두 외국인 투수 자리가 ‘대박’이 터진 덕분이지만, 그 둘을 중심으로 10년 대계 토대가 될 젊은 투수들이 부쩍 성장했다.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2시즌 이후 토종 에이스 발굴을 위해 힘쓴 한화의 오랜 노력과 기다림이 결실을 맺었다. 2022년 한화가 1차 지명한 우완 문동주는 올해 류현진을 뛰어넘어 팀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개인 최다 11승(4패 3.68)을 따낸 문동주가 강속구 투수라는 점에서도 간판스타로서 기대감을 높인다.

7년 전에는 13승(8패 평균자책 4.68)을 올린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유일한 10승 투수였다. 토종 선발 중에서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지명한 프로 2년차 김재영이 토종 선발 최다승인 6승(4패 1홀드 5.66)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최대 4명의 10승 투수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한화는 팀 평균자책 1위(3.53)에 랭크돼 있다. 류현진(8승7패 평균자책 3.30)이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황준서, 조동욱까지 가능성을 보여줘 투수 왕국 재건에 필요한 토대를 다졌다.
불펜 에이스까지 등장했다. 시즌초 마무리 주현상의 부진으로 긴급 투입된 김서현이 30세이브(1승3패 2홀드 평균자책 2.70)를 수확했다. 시즌 도중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첫 풀타임 마무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훌륭할 수는 없는 성적을 냈다.
2018시즌 한화는 베테랑들의 팀이었다. 리그 평균자책 1위(4.28)의 불펜에서 뒷문은 당시 33살의 정우람(35세이브 5승3패 평균자책 3.40)이 지켰다. 그리고 이태양(4승2패 12홀드 평균자책 2.84), 박상원(4승2패 9홀드 평균자책 2.10) 등 당시 젊은 투수들과 함께 불펜을 지킨 송은범(7승4패 1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2.50), 안영명(8승2패 8홀드 평균자책 5.73)의 베테랑 셋업맨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타선 상황도 비슷하다. 신인 정은원이 등장하고 하주석, 강경학 등이 활력을 불어넣긴 했지만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이성열, 송광민 등 노장들의 경험치가 팀을 이끌었다.

올해도 시즌내내 타격 침체와 수비 불안 싸운 한화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전력 밸런스는 좋다. 새로 영입된 손아섭에 포수 최재훈, 1루수 채은성으로 이어지는 베테랑들이 성적으로나 플레이로 중심을 잘 잡아주며 경험 부족을 대신 채웠다. 3년차 외야수 문현빈과 2년차 내야수 황영묵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사이를 중심타자로 입지를 굳힌 노시환, 프로 10년차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외야수 이진영이 연결 고리가 된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심우준과 안치홍이 오랜 슬럼프에 빠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동력이다.
한화는 7년 전 잠시 ‘반짝’하고 다시 암흑기에 빠졌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화는 선수층이 두터워지며 젊어졌다. 위기를 이겨낸 젊은 선수들에겐 성공의 경험치가 높아졌다. 한화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내공’이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