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는 2일 월드시리즈(WS) 우승 후 “아무 생각 없이, 마치 어린 시절 야구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올가을 메이저리그(MLB)의 주인공은 단연 야마모토였다. WS 2차전 완투승으로 전날 1차전 패배를 만회했고, 6차전 6이닝 역투로 팀을 패배 위기에서 건져 올렸다. 놀라운 건 7차전이었다. 하루의 휴식도 없이 9회 다시 등판했고, 연장 11회까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 존슨·범가너와 나란히··· 새로 쓴 가을의 전설
야마모토는 이번 WS에서 홀로 3승을 따냈다. 7전 4승제 WS 역사를 통틀어 혼자 3승을 올린 선수는 야마모토를 포함해 10명뿐이다. 그중 절반이 100년 전 선수들이다. 가장 최근도 24년 전 애리조나 랜디 존슨(2001년)이다. 원정에서만 3승을 올린 건 야마모토가 역대 최초다.
6이닝 이상을 던지고 바로 다음 날 다시 등판한 투수 역시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모든 포스트시즌을 통틀어도 9명뿐이고, 최근 70년으로 한정하면 2001년 존슨과 1988년 다저스 오렐 허샤이저 2명이 전부다. WS 6차전과 7차전을 모두 따낸 투수는 야마모토 이전 3명만 있었다. 가장 최근은 역시 2001년 존슨이다.
2001년 존슨은 WS 역대 최고 투수를 논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이름 중 하나다. 올해 야마모토는 그 존슨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남긴 기록이 놀라울 만큼 겹친다. 24년 전 존슨은 2차전 완투승에 이어 6차전 7이닝 선발승 그리고 7차전 1.1이닝 구원승을 올렸다. 17.1이닝 동안 19삼진을 잡아내며 2실점 했다. 야마모토는 17.2이닝 동안 15삼진으로 2실점 했다.
디애슬레틱은 올해 야마모토의 WS 승리확률기여도 총합은 역대 4위라고 전했다. 1962년 뉴욕 양키스 랠프 테리, 1991년 미네소타 잭 모리스, 2014년 샌프란시스코 매디슨 범가너 다음이다. 1991년 모리스는 WS 1, 4, 7전에 등판해 2승을 올렸다. 최종 7차전은 10이닝 완봉으로 미네소타의 1-0 승리와 함께 우승을 이끌었다. 2014년 범가너는 2001년 존슨과 함께 21세기 WS 최고의 활약을 했다. 1, 5, 7차전에 등판해 2승을 올렸다. 5차전 완봉승을 거뒀고, 7차전은 ‘5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다.
존슨, 범가너 등 과거의 가을 영웅들과 달리 야마모토는 이제 빅리그 2년 차다. MLB의 가혹한 일정에 그리 익숙한 선수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6인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했고, 지난 2년 정규시즌 기간에도 철저한 관리를 받아왔다. 7차전 등판은 사실 야마모토 본인도 확신하지 못했다. 6차전 승리 직후만 해도 농담 섞어 “7차전은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펜에서 몸 푸는 것만 보여도 동료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개인 트레이너의 제안에 “해보자”고 결심했다.

■ 모든 걸 불태웠다, 그래서 더 기뻤다
야마모토는 7차전 승리 후 일본 NHK 인터뷰에서 “정신 차려보니 경기가 시작되어 있었고, 불펜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정신 차려보니 마운드 위에 서 있더라”고 웃었다. 그는 “책임감은 강했지만, 사실 망설임도 있었다. 불펜 피칭으로 점점 몸이 풀렸고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야마모토의 초인적인 활약에 동료들도 혀를 내둘렀다. 은퇴하는 다저스 전설 클레이턴 커쇼는 “하루도 안 쉬고 던지겠다고 하더니 정말 2이닝을 넘게 던졌다.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나도 하루도 안 쉬고 던진 적은 없다”고 했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야마모토가 6차전 끝나고 ‘내일을 위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속으로 웃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게 되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7차전을 앞두고 ‘적어도 1이닝은 던질 수 있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평소와 똑같은 공을 던지더라. 지금껏 빅리그에서 본 것 중 가장 놀라웠다”고 했다.
야마모토는 다저스 일본인 동료 오타니 쇼헤이처럼 재능 충만한 선수는 아니었다. 키 193㎝ 오타니와 달리 야마모토는 178㎝ 단신이다. 2016 일본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 때도 4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일본 최고 투수로 우뚝 섰고, MLB 드림까지 이뤘다. 그리고 올해 WS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전부를 쏟아냈다. 야마모토는 “전부 쏟아부었기에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기쁨이 밀려왔고 ‘정말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성장했다고 느낀다. 아니 성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내 수준이 한 단계 더 올라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야마모토는 야구라는 종목에서 1명의 선수가 자신의 역량을 어디까지 쏟아부을 수 있는지를 눈앞에서 보였다. ESPN은 WS 야마모토를 두고 “신화에 가까운 결과를 남겼다”고 적었다. 올가을 야마모토의 피칭은 그만큼 위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