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뺑소니·술타기 등 음주 운전자의 각종 측정 거부 꼼수를 막는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이 개발됐다. 채혈 등 음주측정을 늦게 할수록 체중이 많은 비만 운전자가 유리했지만 새 공식은 객관적인 체수분량을 도입해 허점을 차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지침서 1.0’(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을 개발해 지난 1일부터 경찰청 등 수사기관과 현장 도입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새 공식은 1986년 도입된 위드마크 공식을 40년 만에 대체한다. 조영훈 국과수 화학과 음주연구실장은 “기존 공식은 93년 전인 1932년 서양인 기준으로 개발된 데다, 개인별 신체 조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어 외국도 수정·보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위드마크(Widmark) 공식은 단속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못 했을 때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기법이다.주로 운전자의 호흡·채혈 측정이 누락됐거나, 음주 운전자가 채혈 사이에 술을 더 마신 경우에 활용된다. 스웨덴 생리학자 에릭 마테오 프로셰 위드마크가 1932년 정립한 위드마크식은 이렇다. 혈중알코올농도=(알코올 섭취량 x 체내 흡수율 0.7) ÷ (체중 x 남녀 성별 위드마크 상수 x 10).
체수분량 적은 비만인, 노인…더는 위드마크 수혜 못 받아

국과수 새 공식의 핵심은 위드마크 상수를 ‘체(體)수분량’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전자 장비나 개인별 신체지수(성별·키·몸무게·나이)로 측정할 수 있는 체수분량은 알코올 분해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체수분량이 많을수록 알코올 분해 능력이 좋다.
반대로 체수분량이 적은 사람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알코올농도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기존 식은 이런 개인별 편차를 반영하지 않고 남성 0.7, 여성 0.6이라는 성별 상수를 일률적으로 적용한 문제가 있었다. 체중은 무거운데 지방이 많아 체수분량이 적은 비만인 등 음주 운전자는 그간 이득을 보고 있던 셈이다.
국과수는 또 알코올이 전신에 도달하는 비율을 뜻했던 ‘체내흡수율’을 ‘생체이용률’이란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바꿨다. 또 생체이용률을 기존엔 70%로 적용했지만, 새 공식에선 80~90%로 적용 값을 높였다. 음주량, 음주 시간, 음식물 섭취에 제한을 두지 않은 사례에서 생체이용률은 80~90%라는 최근 연구 결과를 참조한 수치다.
시간당 낮아지는 혈중알코올농도 범위도 새로 제시했다. 기존 식에선 1시간마다 평균 0.015%(최소 0.008~최대 0.03%) 감소한다고 봤지만, 새 공식에선 평균 0.019%(최소 0.010~최대 0.025%)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한다. 조 음주연구실장은 “기존 식은 최솟값과 최댓값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처벌 기준을 적용하는 데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한국인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등을 반영해 보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음주 뺑소니, ‘술타기’ 처벌 가능성 ↑
기존 위드마크식 계산 결과는 검찰이나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과학적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트로트 가수 김호중(34)씨의 ‘음주 뺑소니’ 사건도 그런 사례다. 당시 김씨는 음주 측정을 피하기 위해 술을 더 마셨다는 ‘술타기’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은 기존 위드마크식을 활용해 김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만으로는 정확한 음주 정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했다.
기존 공식에 한계를 느낀 국과수는 2017년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화학과 감정관들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임상시험, 자문회의, 해외 법과학기관 교류, 논문 발표 등을 거듭해 신뢰도를 높였다고 한다. 조 음주연구실장은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계산 방법을 재정립해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일관성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