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등 생활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선박을 통해 바다를 건너온다. 전 세계 6800척의 선박으로 촘촘히 이어진 글로벌 공급망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세계무역의 80%를 운송하는 선박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세계경제의 기반인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출입 업체들은 국적 선대 부족으로 물류 대란을 수차례 겪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탄소 배출량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등 규제를 시작했다. 공급망 안정을 위한 선대 확장과 친환경 선박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려면 해운 업계의 새 선박 확보는 필수적이다.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도 29%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추진 선박 등 친환경 선박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조선 빅3인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에서는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추진하며 인공지능(AI) 생태계 혁신은 물론 자율운항 선박을 시범 운항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적 선사 입장에서는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내 선사가 보유한 선박 대부분은 중소형으로 이들 선박의 가격 경쟁력은 중국 조선 업체가 훨씬 앞서 있다. 중소형선의 경우 국내 조선소 가격이 중국보다 20~30%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수출입 화물의 99.7%를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한국은 해운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선 및 선박 기자재 산업이 해사 클러스터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한국은 해사 클러스터의 경쟁력 여부가 곧 경제안보와 직결된다. 중국과 선가 차이가 난다고 해서 국내 선박 건조를 외면한다면 결국 해사 클러스터는 와해되고 중국 조선업에 예속될 것이다.
중국과의 선가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미국이 해운·조선 부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일본이 전략물자를 일본 선박으로 수송하기 위해 조선 건조 역량을 확대하려는 계획과 그 맥을 같이한다. 선사는 중소형선을 국내에 발주하고 조선소는 이를 잘 만들 수 있게 건조비 절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부는 강재와 전기요금 등에서 차액 보전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선박 건조비 차이를 운항비 절감 기술로 보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한층 가속화해야 한다. 선박 운항 효율화를 통한 연료비 절감을 위해 AI를 활용한 자율운항 등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AI·디지털 혁신을 통한 연료비 절감은 선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다.
AI·디지털 혁신의 핵심은 데이터를 대량 확보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운 업체가 다수의 기존 선박에 데이터 수집 장치를 설치해 실시간 선박 운항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공유할 경우 조선소는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박 구조 최적화와 엔진 효율 향상뿐 아니라 자율운항과 경제 운항 솔루션 개발에 앞서갈 수 있다.
최근 HD현대가 본부장급 AI 컨트롤타워 조직을 신설했다. 조선업의 AI 기반 디지털 기술 혁신이 기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선소의 가열 찬 노력에 중소형선을 국내에서 건조하고 운항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해운 업체의 의지, 여기에 정부의 다각적 지원 등이 맞물릴 때 해운·조선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국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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